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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마산이 좋은 이유 - 이선호(수석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08-05-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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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의 장점을 꼽으라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오동동 통술집 거리로 대표되는 마산의 골목문화는 시멘트로 칸막이를 쳐 놓은 인근 도시의 아파트촌 문화와는 비교 자체가 무리다. 꾸불꾸불한 골목길을 걷노라면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내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공동체의 공간이자 소통의 공간임이 실감난다. 때론 어깻죽지가 부딪쳐도 정겹다. 곡선의 유연함에서 오는 여유일 것이다.

    이곳 오동동과 신마산 통술집엔 ‘바가지’가 없다. 마산의 인심을 짐작할 수 있다. 통술집에 들른 외지인들은 세 번 놀란다고 한다. 끝없이 나오는 안주에 놀라고 옆좌석 테이블을 넘나드는 술 인심에 놀란다. 배를 채운 양에 비해 계산할 때 또 한 번 놀란다. 이곳에선 밤새 세상 사는 얘기가 이어진다. 자질구레한 가정사에서부터 마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담아낸다. 누가 감히 마산을 공동화(空洞化)현상 운운했는가. 공동화가 아니라 여론이 살아 숨쉰다.

    마산의 여론은 한국의 근대사를 바꿔 놨다. 어설프게 변죽만 울리는 ‘민주’가 아니었다. 3·15의거는 4·19혁명에 불을 지폈다. 10·18 부마항쟁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마산시민은 부산과 별도로 계획하고 봉기했다. 한국적 민주주의로 대변되는 유신체제의 ‘한국적’이란 관형어를 마산항쟁이 떼어냈다. 마산이 움직이면 전국이 요동치고 마산이 감기가 들면 나라가 독감이 드는 격이다. 그런 마산의 정신은 예비 신랑신부가 3·15 성지를 찾아 백년해로를 서약하는 모습에서 보듯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다.

    마산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미더덕과 아귀찜, 복요리다. 못 생겨서도 ‘진국’이다. 퉁명스럽지만 속이 깊은 마산인을 닮았다. 미더덕은 바다에서 나는 더덕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미더덕’이라고 한다. 향이 독특하고 뽀드득 씹히는 소리와 함께 입안으로 번지는 맛이 일품이다. 암도 막아준다. 아귀찜은 명실 공히 ‘전국구’다. 매콤 달콤, 손님이 원하는 대로 나온다. 복국은 또 어떤가. 속풀이엔 ‘똑’ 소리가 난다. 이런 수산물이 넘쳐나는 곳이 마산어시장이다. 역사적으로나 규모면에서 전국에 이만한 시장이 없다. 지나가는 이들에게 ‘아제, 이모!’를 외치는 아지매들의 구수한 사투리를 듣노라면 세상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디 마시고 먹는 것뿐이겠는가. 주거 비용도 싸다. 집값이나 전월세가 인근 창원시와는 비교가 안된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기름값 걱정도 한결 덜하다. ‘천당 갈래? 분당(경기도) 갈래?’란 물음에 분당 갔다가 천당 가겠다는 말도 있지만 마산 내서읍 삼계(원계)는 살기 좋기로 정부종합청사가 있는 과천 다음으로 꼽힌다. 수도권이 부럽지 않다. 또 마산의 밤거리는 조용하다. 최근 환경부가 조사한 도심지 밤 시간대 소음측정 결과 전국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느 도시와는 달리 깊은 잠을 잘 수있다는 얘기다.

    일자리도 희망적이다. 진동산업단지가 가동을 앞두고 있다. 수정마을 STX 유치와 관련해 찬반양론이 갈리긴 해도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표출할 수 있는 민주 마산의 또 다른 방증 아닌가. 환경과 대대로 살아온 터전이 걸린 문제인데도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면 그게 이상하다. 밀고 당기는 모습이 오히려 역동적이랄 수 있다. STX 유치건은 어제 오후 마산시와 회사측이 조건부협약을 체결했다. 최종 마무리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앞으로 일자리를 찾아 이웃 고성 조선특구나 창원공단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될 듯하다. 시와 STX, 그리고 주민들이 여하히 하느냐에 따라 마산이 좋은 이유 하나를 더 보탤 수 있을 것이다.

    이번 STX건으로 젓가락 숟가락 숫자까지 아는 이웃 간에 삿대질이 오갔다. 하지만 마산사람들은 ‘욱’ 하는 성질이 있긴 해도 뒤끝이 없다고 했다. 오늘 마산의 장점을 열거했듯이 긍정의 힘은 크다. 긍정은 믿음에서 나온다. 타협과 배려로 머지않아 불신의 골을 메우리라 믿는다.

    금요칼럼

    이선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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