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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0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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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아플 때마다 마음이 자랐다- 제민숙

  • 기사입력 : 2024-04-25 08: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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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던지는 아픈 말이 마음을 닫게 하고

    어긋난 바퀴처럼 제대로 구르지 못한

    상처로

    얼룩진 자리

    흉터 자국 남았다


    행주처럼 젖었다 마른

    하루가 반복되고


    덧칠한 유화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나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삶의 음계 흔들렸다


    안에서 이는 바람 크지 못한 계절 속에

    삼켜지지 않아도 생각들 웃자라는

    하나, 둘

    수선된 마음이

    조금씩 자라났다


    ☞어린이가 처음 걸음마를 시작할 때 넘어지고 일어나고 넘어지면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간다. 성장 과정에 나타나는 성장통은 유아기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입시를 비롯해 연애와 결혼, 죽음에 이르기까지 자유로울 수 없다. 이렇듯 아픔과 성장은 불가근불가원이다.

    나이 들면 마음에도 군살이 붙어 면역이 생긴다지만 ‘툭 던지는 아픈 말이 마음을 닫게 하고’ 감정을 감당하지 못해 ‘삶의 음계 흔들린다’고 시인은 말을 한다. 더우면 땀이 나고 추우면 콧물 나듯이 상한 음식을 먹으면 배탈이 나기 마련이다. 살아가는 동안 고난이나 실패를 만나면 한 단계 성숙해진다는 말을 하지만 막상 자신이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감당하기 힘들 만큼 마음이 아프다.

    생각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 속에 ‘어긋난 바퀴처럼 제대로 구르지 못한’ 얼룩진 자리에 상처를 훈장으로 여기면서 ‘흉터 자국 남았다’며 유화처럼 덧칠하고 태연한 척한다. 인간관계에서 공감하고 소통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얻지 못한다. “아플 때마다 마음이 조금씩 자랐다”는 씨앗이 나무가 되기 위해 환경과 조건을 갖추듯이 옹이가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고 있다. ―옥영숙(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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