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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2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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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ON- 김시탁의 전원산책] (4) 창녕 남지 낙동강 유채단지

초록 팔레트 위에 노랑 물감… 그림같은 찬란한 봄을 그리다

  • 기사입력 : 2024-04-18 20: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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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은 꽃을 볼 수 있을까.

    허리를 두른 노란띠가 향기로 휘감는 것을 바라볼 수 있을까.

    강은 그림을 볼 수 있을까.

    해마다 계절이란 화백이 초록의 팔레트 위에 노랑 물감을 잔뜩 짜 손바닥같이 넓은 붓으로 33만평의 거대한 캔버스 위에 그려낸 풍경화를 볼 수 있을까.

    배경이 되고 여백이 되어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오직 바람의 말만 전해 듣는 강은 외롭지는 않을까.

    더러는 강도 전해 듣는 바람의 말에 상기될 때가 있겠지.

    꽃이 피었다. 사람들이 몰려온다. 축제다.

    강이 제자리에서 잠깐 등창이 난 몸을 뒤틀어 움직일 때가 있겠지. 발꿈치를 치켜들고 둔덕 위를 꽃들을 올려다볼 때가 있을 것이다.

    강을 따라 산책로와 꽃 벌판이 이어지고 나비와 꿀이 날아다니며 시간을 달게 빨아먹고 유영하는 곳.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간이 잘된 하루를 맛있게 비벼 먹고 잘 소화시켜 질감이 아름다운 웃음꽃을 피우는 곳이 있다.

    노랗게 물든 창녕 남지 낙동강 유채단지. 남지철교와 낙동강이 어우러져 운치를 뽐내고 있다./김시탁 시인/
    노랗게 물든 창녕 남지 낙동강 유채단지. 남지철교와 낙동강이 어우러져 운치를 뽐내고 있다./김시탁 시인/



    국내 최대 규모 33만평 유채단지… 축제는 막 내렸지만 꽃의 자태는 여전히 아름다워

    ◇창녕 남지 낙동강 유채꽃 축제

    유채와 빨간 풍차.
    유채와 빨간 풍차.
    튤립정원.
    튤립정원.

    남지 낙동강 유채단지는 낙동강 유역과 남지체육공원 일원 약 110만㏊(33만여 평)으로 조성되어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의 면적이다. 유채꽃 단지에서는 매년 4월경에 창녕 남지 낙동강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 2006년 첫 축제를 시작으로 올해가 19회째 축제다. 올해는 당초 4월 11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올겨울 평균기온보다 높아 유채꽃의 개화 시기가 빨라짐에 따라 원활한 축제를 위해 시기를 일주일 앞당겨 4월 4일에 개막하여 7일 폐막했다. 축제는 유채꽃의 개화 시기에 맞추어 개최하려고 일주일을 앞당겼지만 정작 축제 개막일에 축제장을 찾았을 때는 유채꽃이 만개하지 않은 상태였다. 4일간에 걸쳐 개최된 축제는 막을 내렸지만 여전히 관람객의 발길은 이어지고 있다. 축제 기간에 미처 만개하지 못한 유채꽃이 시나브로 피었고 축제 부설 행사인 먹거리 장터와 풍물시장이 운영되고 각설이 노래교실 공연 등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평일에도 대형주차장이 거의 차다시피 했고 주말에는 주차장으로 밀려드는 차량들로 인해 축제장 밖 도로에서부터 차량정체가 심해 교통 대혼잡을 이루었다. 축제와 상관없이 유채꽃의 절정과 맞물려 많은 인파가 몰려드니 아무래도 4월 한 달은 관람객이 끊이지 않을 듯하다. 축제장 주차장을 지나 먹거리 풍물 장터를 거치면 만나게 되는 한반도 튤립정원에는 태극기 문양을 따라 알록달록 튤립과 수선화가 활짝 피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채단지 우회도로 쪽으로 늘어선 가로수 연분홍 벚꽃이 화사한 띠를 두른 듯 장관을 이루더니 서서히 꽃잎이 떨어지며 연초록 잎들을 매달았고 우회도로에서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길목 울타리는 눈송이 같은 싸리꽃과 이팝나무가 어우러져 봄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관람객들은 꽃과 빨간 풍차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고 동영상을 찍는 연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고령이나 어린아이를 동반한 사람들이 열차표를 끊어 열차를 타고 유채꽃 단지를 돌아보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솜사탕을 먹는 아이나 셀카봉을 든 연인들, 지팡이를 짚고 느리게 걸음을 옮기는 노인들까지 모두 표정들이 밝았다.


    노란 유채꽃에 파묻혀… 아이도 어르신도 웃음꽃 만발

    ◇사람들 얼굴에도 꽃이 핀다

    관광객들이 노란 유채꽃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관광객들이 노란 유채꽃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같은 꽃도 모양이 다르게 피듯이 같은 사람이라도 얼굴마다 다르게 꽃이 피어 봄 햇살에 반짝였다. 사진을 찍으며 음식을 먹으며 원두막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파안대소하는 얼굴에서 꽃이 피고 향기가 났다. 향기 나는 사람은 내뱉는 말에도 향기가 묻어 있다. 가족이어서 고맙고 연인이어서 행복하다. 내 아이여서 사랑스럽고 내 부모여서 감사하다.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토닥이고 포근하게 감싸고 안아준다. 서툴게 떨리는 마음으로 사랑을 담은 눈빛을 보내주면 고백으로 돌아오니 받아내는 연인들 가슴은 부정맥이다. 그저 함께해서 기쁘고 기뻐서 행복하고 행복해서 만족하니 건강한 웃음꽃이 핀 것이다. 한곳을 같이 바라보고 같은 생각으로 피어도 좋고 다른 방향에서 만나 함께 각도를 맞추어 피우는 꽃도 아름답다. 걸음마를 겨우 뗀 아이가 기우뚱거리며 걷는 모습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는 엄마의 얼굴에도 꽃 향이 묻어 있고 할머니를 태우고 휠체어를 밀고 가는 소녀의 연뿌리 같은 팔뚝에도 백합꽃이 피었다. 개나리색 옷을 입고 단체로 관람을 온 유치원생들이 유채꽃 밭에 모여 사진을 찍기 위해 웃으며 드러낸 윗니에서도 이팝꽃이 피었다. 노랑 유채꽃에 노랑 아이들이 파묻혀 뭉터기 개나리꽃으로 피었다. 꽃밭으로 꽃을 보러 몰려든 사람들마저 꽃을 피우니 사방이 꽃향기로 자욱하다. 축제는 막을 내렸지만 축제의 꽃은 여전히 찬란하다.


    강변 따라 걸으니 꽃들이 반갑다고 손짓하네~

    ◇강변 산책로와 꽃들의 안부

    낙동강과 유채꽃 사이로 관광객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낙동강과 유채꽃 사이로 관광객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강변 산책로.
    강변 산책로.

    세상에는 온갖 길들이 있다.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 있고 사람이 다니는 길이 있다. 하늘에는 하늘길이 있고 바다에는 뱃길이 있다. 그 길들은 목적과 용도와 형태에 따라 지름길, 샛길 산책길, 골목길, 숲길, 둘레길, 오르막이거나 내리막길, 비탈길로 다르게 불린다. 그러나 어떤 길도 꽃길만큼 즐겁고 행복한 길은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떤 길을 가더라도 꽃길을 걷고 싶을 것이다. 어떤 목적으로 어느 누구와 가더라도 꽃길을 만나면 기분이 상쾌해져서 설사 오래 길을 걷더라도 피곤을 잊고 지치지 않는다. 남지 유채꽃 단지가 있는 낙동강 유역에는 강을 조망하며 걷기 좋은 산책로가 있다. 벌과 나비가 날아다니고 바람이 유채꽃을 흔들면 유채꽃 향기가 물씬 풍겨온다. 계절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즘 같은 봄날에는 봄나물과 야생화가 앙증맞게 피어 봄 햇살에 아롱거린다. 땅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 질경이 군집을 볼 수 있고 냉이, 민들레, 꽃다지, 제비꽃, 애기똥풀, 미나리아재비, 개불알꽃, 괭이밥, 광대나물도 만날 수 있다. 지칭개와 키 큰 엉겅퀴도 자주색 꽃망울을 물고 있어 금방 꽃봉오리를 터트릴 기세다. 일일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강바람에 흔들거려 마치 나, 여기 있어요. 저요. 저요. 손을 들고 반기는 듯해서 가슴이 뭉클하다. 이름을 아는 꽃들의 근황이 반갑고 이름을 모르는 꽃들의 안부를 물으며 천천히 걸어가도 시간의 색은 바래지 않는다. 빠르게 재촉하는 발걸음은 야생화를 외롭게 할 뿐이다. 아무리 지친 일상이라도 잠시 내려놓고 꽃길을 걷다 보면 꽃물이 혈관을 타고 스며드는 느낌이다. 자연 속에서 스스로 배경이 되어 나누는 사물과의 대화는 사유의 강을 깊게 하고 감성의 폭을 넓혀준다.

    길이란 하나의 세계와 다른 세계를 이어주는 끈 같은 것인데 설령 그 끈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희망이 있다고 해도 무리하게 서둘러 가지 않아도 된다. 목적지에 닿는 것만큼 다가가는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는 길은 편하고 모르는 길은 설렌다. 꽃길이란 기억의 메모리에 저장했다가 훗날 세월이 흐른 뒤에도 언제든지 끄집어내어 만지작거릴 수 있는 좋은 추억길이다. 더듬거리며 다시 찾는 그리움이 더 짙은 까닭이 거기에 있다.


    두 바퀴로 씽씽 달려보세요! 유채꽃 향기와 강바람 태우고…

    ◇4대 강 국토종단 낙동강 자전거길

    낙동강 자전거길.
    낙동강 자전거길.
    4대 강 국토종단 낙동강 자전거길 표지판.
    4대 강 국토종단 낙동강 자전거길 표지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유채꽃 단지를 벗어나 제2주차장을 지나 상류 쪽으로 올라갈수록 인적은 드물고 한적하지만 여전히 유채꽃과 야생화와 초록 벌판이 이어진다.

    4대 강 국토종단 낙동강 자전거길 표지판이 서 있는 도로는 일반 자전거도로보다는 폭이 넓고 평탄해서 누구나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다. 축제 기간이 아니면 남지교 유채꽃 축제장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상류 우회도로가 끝나는 수변공원까지 자전거로 이동이 가능하다. 남지교에서 수변공원 창나루 주차장까지 십리 길이니 걷기에는 무리일지 모르지만 자전거로 이동하기에는 부담 없이 아주 좋은 거리다. 유채꽃 향기와 강바람을 태우고 페달을 밟아보면 가슴속 중앙으로 실개천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남지교와 수변공원을 왕복함에 있어 어느 곳에서 출발하든 가슴에 와 안기는 바람과 등을 미는 바람을 골고루 맞볼 수 있다. 그 바람의 근육을 잘 다스릴 수 있는 날은 속도만 잘 조절해도 바람에 페달을 맡길 수 있다. 강가로 시선을 주면 억새의 밑그림에 갈대가 강물로 적신 붓질로 허공에 그려놓은 동양화 한 폭도 감상할 수 있다. 낙관도 찍지 않은 덜 마른 동양화 여백 속으로 날아가는 철새를 굳이 헤아릴 필요는 없다. 지겨워 창백한 낮달의 몫이다.


    절벽 위 아슬아슬 펼쳐지는 낙동강의 절경과 풍광도 있소이다~

    ◇기음강과 개비리길

    남지수변공원과 억새전망대.
    남지수변공원과 억새전망대.

    수변공원 억새전망대가 있는 낙동강은 함안천에서 내려오는 강줄기 하나를 받기 위해 아랫배에 힘을 주고 기다린다. 그렇게 기다리다 받는 그리움이 기음강이다. 기음강(岐音江)은 남강의 다른 이름으로 함안천과 만나서 남지 수변공원이 있는 낙동강과 합수하는 지점까지를 말한다. 기음강이 낙동강과 만나는 지점을 ‘두물머리’라고도 한다. 창녕 낙동강변 기음강 지역은 곽재우 홍의장군이 임진왜란 시 이곳에서 왜군을 물리친 첫 전승지로 기록되어 있고 낙동강 최후 방어선으로 남지철교(등록문화재 제145호)와 함께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개비리길이 있다. 개비리길의 유래는 전설로는 견공의 모성애로 전해지지만 개는 강가를, 비리는 벼랑을 뜻하는 말로로 통한다. 수십 미터 절벽 위로 아슬아슬하게 이어가며 펼쳐져 낙동강의 절경과 풍광에 매료된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개비리길 입구에서부터 볼 수 있는 능수벚나무는 벚꽃이 피면 수양버들처럼 늘어져서 매우 환상적이다. 함께 온 사람들도 각자 입구에서 출발을 달리해 등산로를 오른 사람들은 개비리길을 통해 내려오고 개비리길로 출발한 사람들은 등산로를 통해 내려와 합류한다. 합류란 어느 한쪽이 다가가고 어느 한쪽이 기다릴 때 가능하다. 낙동강이 기음강을 기다려서 받아주니 합수가 된다. 강물이 몸을 포개며 출렁이는 것은 반가움의 몸짓이다. 사람도 그리운 쪽으로 흘러가 합수되고 싶을 때가 있다. 눈물겨운 몸부림으로 기다려주는 곳을 향해 하염없이 흘러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김시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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