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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강남 로그아웃, 경남 로그인- 신용욱(경상국립대학교 창업보육센터장)

  • 기사입력 : 2024-04-17 19: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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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출근 때마다 휴대폰 금융앱에서 알람이 와서 하는 행동이 있다. 행운복권을 눌러 하루 평균 3원씩 모으는 일인데 오늘 기준 1438원이 모였다. 이 회사 앱을 깔게 된 건 3원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이 회사 임직원이 경남 남해에 직원 복지를 위한 원격 사무실 공간을 내었다는 소식 이후였다. 회사는 남해군 상주면 양아권역에 소재한 공간에 서울과 동일한 조건의 근무환경을 조성해 워케이션을 추진하고 있는데, 양아라는 지명은 경기도 임진강가에 있는 양아리에 살던 경주 이씨가 남해로 이주하여 살면서 전에 살던 지명을 그대로 부르게 되었는데 그후 500여년 뒤에 서울 금융앱 회사 임직원이 매주 8~10명의 팀 단위로 남해 워케이션에 참여한다 하니 역사적으로도 흥미롭다.

    한편, 이 회사가 남해에 사무실을 두기까지 참고한 일본 기업-지자체의 사례가 있다. 인구 6000명 중 고령인구 50%로 일본에서도 인구소멸위험 20곳 중에 하나였던 ‘카미야마’ 지역인데, 현재 이곳은 지난 20년간 예술가들과 IT업계 종사자가 매년 평균 122명이 이주하고 IT기업 10여개가 본사를 옮기거나 지사를 만든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 지역의 변화는 지역을 실리콘밸리처럼 만들어보자는 포부를 가진 주민들이 모여 대도시에 있는 기업들을 유치한 데에서 시작한다. 2004년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벤처기업 마을 유치에 나섰다. 이쯤 되면 비영리법인의 리더십, 주도적인 행정의 지원, 유치 계획은 철저한 준비 등 뻔한 모범답안이겠거니 싶지만 이 마을은 일반적인 마을 재생 프로젝트 성공 방식의 가설을 뒤집었다.

    비영리법인의 대표는 외지인을 개방적으로 받아들이고 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배려가 최고라고 생각했고, 자유롭고 수평적인 마을 분위기에 방문객과 기업들이 매력을 느껴서 모여 정착하게 되었고 그렇게 생긴 구성원의 다양성이 다시 사람들을 모으는 선순환 과정이 마을 재생의 비결이었던 것이다. 또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철저하게 주민들의 토론과 참여, 관리 속에 진행되었고 행정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다가 필요한 지원만 해주고 간섭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 마을에만 오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고 뭔가를 해보고 싶어진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창의적인 기업인들이 이주한 것으로 여겨진다.

    도쿄에서 ‘로그아웃’하고 카미야마로 ‘로그인’한 창의적인 기업인들이 2018년 학교를 세우기로 뜻을 세운 뒤 작년 4월에 고등학교와 전문대학교를 합한 5년제 형태의 ‘마루고토 기술대학’이 개교하였다.

    지역에 정착한 1호 기업 등 학교 설립 취지에 공감한 30여개 기업, 20여명의 자산가, 1611명의 소액기부자들의 기부금으로 전교생 200명에 대해 학비는 물론 기숙사비와 식비 등 모든 비용이 면제된다. 첫해 입시에 전국에서 399명 응시했고 그중 44명이 입학했다. 21명의 교수진은 마을에 사는 주민으로 각자의 전문성에 따라 프로그래밍·알고리즘 등 IT기술과 그래픽디자인·웹디자인 건축설계 등 디자인 능력, 그리고 리더십·협업 등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며 IT회사 대표가 수요일 저녁마다 특강을 한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지속 가능한 마을의 미래를 위해 정보기술, 디자인 능력, 그리고 기업가 정신 이 세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인재상에 가장 부합한 사람이 바로 지난해 3월 말 세상을 뜬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사카모토 류이치여서 학교는 그에게 교가 작곡을 부탁했고 그의 마지막 작품이 학교의 교가가 되었다.

    마을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예술가들을 모았고, 예술가들은 전문직들을 마을에 불러들였다. 이렇게 온 사람들이 각자에게 맞는 새로운 활동들을 마을에서 시작하였고, 그것이 아이들에게 확장되는 흐름을 만들었다. 우리도 강남에서 로그아웃하여 경남으로 로그인하는 시대가 오길 기대한다.

    신용욱(경상국립대학교 창업보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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