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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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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금지’ 온데간데… 경남 선거판도 네거티브 판친다

심판론·허물 잡기로 공약 경쟁 실종
여야 후보들, 전현직 대통령 비하도
유권자 피로 가중·정치 무관심 조장

  • 기사입력 : 2024-04-08 20: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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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풍 차단을 목표로 양당이 공천 과정에서 ‘막말 후보’를 배제했지만 선거 막판 여야 지도부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연일 수위가 센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심판론과 허물 잡기에 열중하면서 정책 비전 경쟁은 실종된 상태다. 경남에서도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총선 후보들이 막말·네거티브 선거전에 빠진 양상이다.

    지난 3일 창원시 성산구에 빨간색으로 ‘이번에는 투표하는 국민이 이깁니다’라는 글자가 인쇄된 현수막(위쪽)과 8일 창원시 성산구에 파란색으로 ‘일찍일찍 투표하삼’이 인쇄된 투표 참여 독려 현수막이 특정 정당 홍보 느낌을 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전강용 기자/
    지난 3일 창원시 성산구에 빨간색으로 ‘이번에는 투표하는 국민이 이깁니다’라는 글자가 인쇄된 현수막(위쪽)과 8일 창원시 성산구에 파란색으로 ‘일찍일찍 투표하삼’이 인쇄된 투표 참여 독려 현수막이 특정 정당 홍보 느낌을 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전강용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언어살인 막장후보 윤영석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도당 관계자는 “양산갑에 출마한 윤영석 후보가 7일 오후 1시경 문재인 전 대통령이 거주하는 평산마을을 지나며 일부 시민의 야유에 대한 대거리로 ‘문재인 죽여(야돼)’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살인교사 주문이라고 의심할 정도의 위험한 발언이다. 욱하는 감정에 내뱉은 발언으로 치부하기엔 그 수위가 매우 폭력적이고 위협적이고 위험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8일 페이스북에 “유세 마이크를 끄고 이동하는 중에 발생한 일”이라면서 “문재인 전 정권의 무도한 국정운영으로 국민들은 참으로 죽을 지경이다. 문 전 대통령은 결코 성역이 아니다. 문 전 대통령을 협박하거나 위해를 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다”면서 유감의 뜻을 표했다.

    민주당 김해을 김정호 후보는 지난달 31일 연지공원에서 유세하는 도중 “(대통령이) 정치를 처음 했으니까 잘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잘못한 게 있으면 쿨하게 인정하고 (중략) 사과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사과 들어본 적 있나. 사과하라 했더니 사과를 사진 찍어서 올린 것 봤느냐. 이게 무슨, 개만도 못한 거죠”라면서 현직 대통령을 비하했다.

    그런가 하면 이재명 당 대표는 지난 3일 창원 의창 유세에서 “동네 강아지도 잘하면 칭찬하고 못하면 혼내야 바른 강아지가 된다. 일 시키는 일꾼들도 신상필벌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정부·여당을 강아지에 비유했다.

    격전지인 양산을에선 선거 과열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발생했다. 지난 5일 새벽 김두관 민주당 후보의 현수막이 무단 철거되자, 김 후보 캠프에선 상대인 김태호 후보 측 소행이 아닌가 의심하는 주장을 펼쳤다. 조사 결과, 김두관 후보 지지자가 현수막을 오인해 철거한 것으로 확인돼 상임선대위원장 이름으로 사과했다.

    앞서 지난달 거제에선 ‘이장’ 비하 발언으로 공방이 벌어졌다. 민주당 변광용 거제 후보가 지난달 29일 출정식에서 “국회의원 정도 되면, 실제 굵직한 일을 추진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 서일준 후보가) 이장들이 할 일을 하고 있다고 하던데, 소소한 민원도 소중하지만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큰 역할들이 있다”는 발언을 여당이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경남선거대책위원회는 이튿날 민주당 후보의 ‘이장 비하 발언’, 민주당은 전국 이·통장께 석고대죄하라는 성명을 냈다. 국민의힘은 “변 후보가 국민의힘 서일준 후보에 빗대 ‘이장들이 할 일을 하고 있다’ 등의 발언으로 전국 10만여명의 이·통장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며 “전국 이·통장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석고대죄할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반박 자료를 통해 “변 후보의 발언은 지위를 말한 게 아니라 역할을 말한 것이다. 본질을 흐리지 말라”면서 “전국에서 이장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민주당이다. 김두관 국회의원은 이장 출신으로 전국 이장들의 자긍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막말과 네거티브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유권자들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 창원에 사는 이재영(28)씨는 “정책을 듣기 위해 유세 소음을 감수하는 것인데, 정책이나 공약은 없고 서로 깎아내리는 이야기만 하니 그야말로 소음이다.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더 떨어졌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인신공격성 발언은 지양하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캠프 차원에서 네거티브와 부정행위를 단속하는 후보들도 있다. 민주당 황기철 진해 후보는 8일 부정선거감시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황 후보는 “진해 선거구 투표소 41곳 근처에 채증(녹화)이 가능한 차량과 인원을 배치했다”며 “유권자 실어 나르기 등의 불법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권자를 투표소까지 차량에 탑승시키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교통편의 제공 ‘기부행위’에 해당한다.

    반면 밀양 총선·보선 후보자들은 지난 4일 오전 밀양관아 앞에서 ‘공약이행선포식’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선포식에는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당 우서영 후보와 밀양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안병구, 민주당 이주옥 후보, 경남도의원 밀양2선거구 민주당 하원호, 국민의힘 조인종 후보가 참석했다. 국민의힘 박상웅 후보는 대리인이 참석해 서약했다.

    이들은 청렴하고 깨끗한 선거와 공약 이행을 실천하고 당선 후 중도 사퇴 않기, 상대 비방하지 않는 선거 문화 정착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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