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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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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조현병

천우석 (창원파티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 기사입력 : 2024-04-08 08: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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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 우 석 창원파티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병이라 불렸던 병으로, 병명이 일본에서 유래한데다 환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갖게 한다는 이유로 2011년 변경됐다. ‘조현(調絃)’이라는 명칭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라는 뜻으로 다소 생뚱맞게 들릴 수 있으나 정신의 부조화를 치료해 조화롭게 하면 현악기가 좋은 소리를 내듯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질환이든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정상 생활로의 복귀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질환의 조기 발견과 정확한 진단 및 적절한 치료가 동반돼야 하며, 그만큼 환자 및 보호자가 증상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의 초기 단계에선 증상이 간헐적이거나 비교적 가볍게 나타날 수도 있고, 환자가 증상의 일부를 숨길 수도 있기 때문에 진단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면담과 경과 관찰이 필수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질환으로 진단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환자 대부분이 10대 후반부터 20대 후반 사이 나이에 조현병이 발병한다. 특정 연령 집단에서의 발병 기전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최근까지 알려진 바로 조현병은 분명 뇌의 병으로 태어날 때부터 이미 병의 진행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10대 때는 전구기의 형태로 가볍게 나타나기에 대체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가게 되지만 초기 성인기에 앞서 언급한 증상들이 두드러져 나타나면서 병원을 방문하고 진단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조현병에 유전적 소인이 분명히 있음을 시사하며, 아동청소년기에 학업, 대인관계 등에서 변화가 관찰되고, 성인기에 접어들면서 큰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 증상이 급성으로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조현병은 명백히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 다만, 현재 의학 수준에서 완치 가능한 병은 아니다. 조현병을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모델은 바로 당뇨병이다. 두 질병 모두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여러 해에 걸쳐 재발과 완화를 거듭하는 과정을 거치고, 약물 치료를 통해 완치는 아니라도 대체로 잘 통제되는 편이다. 당뇨를 완치보다 비교적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듯 조현병의 치료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증상 재발이 반복될수록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통제하더라도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충분히 긴 시간 동안 치료를 지속하여 재발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현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 사용, 그중에서도 항정신병약물의 사용으로 환청 등의 증상 통제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고 항정신병약물 역시 마찬가지지만 전문의 소견에 따라 적절한 용량으로 충분한 기간 동안 사용하면 대부분의 환자에서 효과가 있다. 간혹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상태임에도 약물 사용을 주저하고 질환에 대한 오해와 정보 부족으로 잘못된 치료 방식을 택하거나 노력과 의지만으로 이겨내겠다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볼 때면 안타까움이 정말 크다.

    이 글이 환자, 보호자 등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문제를 겪고 있는 분들은 언제든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 편하게 문의하고 상담을 받아보시길 바란다.

    천우석 (창원파티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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