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22일 (수)
전체메뉴

[주말 ON- 옥영숙 시인의 내돈내산 한끼] (3) 거제 관포어촌계 구내식당과 카페 ‘관포60’

  • 기사입력 : 2024-03-21 22:05:56
  •   
  • 관포마을에 둥지 틀고 ‘책 읽는 바다’ 당호 내건
    문우와 제철 미식 탐방

    ‘미식가들의 밥집’ 소박한 관포어촌계 구내식당
    ‘도다리 쑥국’ 담백·개운하고 시원한 맛 가득
    싱싱한 수산물로 만든 생선조림·매운탕도 굿

    닭섬과 망봉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비건 카페
    발아통밀빵·샌드위치·와플 등 건강한 맛 일품
    호수 같은 해안선 전경, 갈매기·파도소리는 덤


    봄향기 몰고온 도다리 쑥국은 1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제철음식이다.
    봄향기 몰고온 도다리 쑥국은 1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제철음식이다.

    거제도는 한국의 섬 중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는 두 번째로 큰 섬이다. 바위섬과 절벽이 많아 금강산을 연상케 하는 해금강과 바람의 언덕,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매미성을 비롯해 볼거리가 많은 관광지다.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의 개통으로 접근성이 좋은 장목면 관포항은, 신봉산과 망봉산 사이에 북쪽으로 간곡만과 농소항이 있고 남쪽으로는 두모몽돌해변과 이수도가 있다. 관포마을 앞에 작은 섬이 하나 자리 잡고 닭 볏을 닮아서 계도라고 이름 지어진 섬, 본섬과 시멘트 방파제로 연결되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호수처럼 펼쳐져 여름이면 다양한 수상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투명 카누체험으로 유명하다.

    조용하고 깨끗한 관포항 어촌마을 관포어촌계 구내식당에서 봄 햇살과 봄 바다가 전해주는 제철 음식으로 도다리 쑥국을 먹었다. 그리고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카페 ‘관포60’에서 관포유자차와 넛라테를 마셨다.



    윤슬에 발목 잡힌 시인과… 바다를 읽다

    ◇김종길 시인과 함께 ‘책 읽는 바다’ 관포항을 읽다

    우연히 들렀던 관포마을에서 바다 물빛에 번지는 그리움과 윤슬에 발목 잡힌 시인이 있다. 떨리는 몸과 마음을 어쩌지 못해 단숨에 집터를 구입하고 ‘책 읽는 바다’라는 당호를 내건 김종길 시인이다. 김종길 시인은 200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자다. 시조집 ‘거짓말 구멍’을 상재한 시인으로 공직생활 은퇴 후 관포마을에 제2의 보금자리를 틀었다.

    ‘책 읽는 바다’의 1층은 언제나 문이 열려있다. 동네 아이들  을 위한 공부방과 외지인을 위해 화장실을 항시 개방한다.
    ‘책 읽는 바다’의 1층은 언제나 문이 열려있다. 동네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과 외지인을 위해 화장실을 항시 개방한다.

    “여기는 타향바다 관포리 1-4번지/ 내 고향은 산마을 광계리 1004번지/ 그날도 무료한 바다는/ 책을 읽고 있었다// 길들여진 나를 벗고 떠밀려 온 바닷가/ 눈을 뜰 힘조차 없이 영혼이 떠밀릴 때/ 당신의 그물에 걸려서 아픈 숨을 놓았다// 처음부터 행복하려고 사랑한 건 아니었다/ 자유로운 지느러미가 행복하였음이 되었다/ 바다여 길 잃은 나를 읽어줘서 고맙다” 관포에서 생활한 지 4년 남짓인데 동네사람들에게 놀고먹는다는 인상을 주는 것 같아서 글 농사짓는 시늉이라며 지난해 시집 ‘책 읽는 바다’를 펴냈다.

    예전 동인활동 때 근황을 물어보면, 오늘은 현철의 ‘봉선화 연정’과 ’내 마음 별과 같이’를 노래했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우정사업본부에서 방문소포 서비스를 도입해 ‘우체국 택배’라는 브랜드명으로 택배 서비스를 시작할 때, 비닐하우스 농가를 찾아가 노래를 불러주고 홍보를 했다는 이야기다. 비닐하우스 작업장을 찾아가 우체국장으로 불러주는 노래 한마당에 잠시 기분 좋게 격려해 드리고 왔다는 몸소 발로 읽는 독서를 하던 낭만을 아는 문우다. 공직생활 은퇴 이후에는 바다가 좋아서 바다를 읽고 바다에 읽히는 삶을 살고 있는 김 시인과 함께 현지인 추천 관포어촌계구내식당에서 보송보송한 쑥으로 끓인 봄향기 가득한 제철 음식 도다리 쑥국을 먹었다.

    제철 도다리에 해풍 맞은 쑥…봄향을 입다

    ◇봄향기 물고 온 ‘도다리쑥국’과 흔한 듯 특별한 ‘생선조림’

    거제수협 관포위판장은 관포어촌계 등록된 어업종사자가 직접 잡은 수산물을 판매하는 직거래장 같은 곳이다. 관포위판장은 새벽 경매가 아닌 오후 2시에 경매를 진행하므로 누구나 쉽게 경매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2·4주 일요일은 휴무이고 주요 어종은 대구, 아귀, 문어, 갯장어, 도다리 등이다. 낙찰된 수산물은 신선함을 위해 바로 물차에 실려 관내 횟집이나 부산, 마산, 통영으로 유통된다. 관포어촌계자율공동체 수산물 판매센터도 있으니 싱싱한 횟감이나 해산물을 사고 싶다면 이용하면 된다.

    봄향기 몰고온 도다리 쑥국은 1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제철음식이다.
    봄향기 몰고온 도다리 쑥국은 1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제철음식이다.

    오늘 이 마을에 거주하는 김 시인이 추천한 한 끼는 1년을 기다려야만 먹을 수 있는 제철 음식으로 관포어촌계 구내식당 도다리 쑥국이다.

    거제시 장목면 관포길77. 관포어촌계 구내식당은 김분순님이 운영하고, 어부인 남편이 공급해 주는 싱싱한 수산물로 만든 생선조림과 우럭매운탕으로 유명하다. 가오리, 갈치 등 계절마다 나는 생선으로 조림하는 음식이 알음알음 맛집으로 알려져 흔한 듯 특별한 구내식당이다.

    봄도다리 쑥국으로 차려진 밥상.
    봄도다리 쑥국으로 차려진 밥상.

    봄이 오면 바다도 기지개를 켜고 파도 소리부터 달라진다. 청순한 봄빛 새로운 물 바뀜에 물밑부터 조금씩 봄의 향연이 시작된다. 바다 저 밑바닥에 납작납작 엎드린 도다리까지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봄냄새를 맡고 통통하여 살이 오른다.

    가자미과 도다리는 양식을 하지 않고 제주에서 겨울을 난 후 남쪽으로 이동하여 남도 앞바다에 이른다. 도다리 쑥국은 제철을 맞은 봄도다리와 해풍을 맞고 자란 쑥을 주재료로 하여 끓인 생선국이다. 경상도는 출산 후 산후조리 때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함량이 적은 도다리나 광어 등 생선을 넣고 미역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구내식당 내부 벽면에 유명인들의 사인이 가득하다.
    구내식당 내부 벽면에 유명인들의 사인이 가득하다.

    도다리와 광어는 생김새가 비슷해 ‘좌광우도’ 라는 말이 있다. 물고기와 마주보았을 때 눈이 왼쪽에 있으면 광어,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다. 또한 광어는 이빨이 있지만 도다리는 없다고 한다.

    야들야들 살이 올라 부드러운 도다리에 쑥을 넣고 끓이면 쑥향이 코끝에 봄향기를 몰고 와서 비린 맛을 없애주거니와 쑥과 도다리는 궁합이 잘 맞아 봄철 요리로 맑고 담백하고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 쑥은 오래 끓이면 식감이 질겨지므로 한 번에 먹는 것이 좋다.

    쑥이 몸에 좋다는 것은 단군 할아버지 때부터 입증된 사실이다. 단군신화에 등장할 만큼 뛰어난 효능을 가진 쑥은 음식재료와 약재로 쑥떡, 쑥국, 쑥버무리, 쑥뜸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떨어져 모든 것이 다 죽은 폐허에 가장 먼저 돋아난 것이 쑥이라고 한다.

    특히 남해안 섬에서 자란 자연산 쑥은 해풍을 맞고 자라 미네랄이 풍부하고 향이 짙다. 우리 어머니들은 뜨물 받아 된장 풀어서 끓인 쑥국으로 가족의 건강을 챙겼다. 쑥은 피를 맑게 해주고 고혈압과 성인병 예방은 물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성질이 있어 여성 질환에 도움이 된다. 쑥국 세 번만 먹으면 한 해를 지탱하는 건강식이 된다고 하였다.

    관포어촌계 구내식당의 기본반찬.
    관포어촌계 구내식당의 기본반찬.

    어촌계 구내식당은 소박하고 정겹다. 오후 경매를 기다리는 어부들과 숨은 맛집을 찾아온 미식가들이 자기들만 알고 싶은 밥집이다. 우리가 간 날은 파김치와 냉이무침 시금치 톳나물 등 기본 반찬과 갓 구운 김치파전이 나왔다. 함께 보낸 묵은 장맛 같은 추억을 이야기하며 도다리 쑥국 한 그릇으로 몸은 따뜻해지고 마음을 살찌우는 보약이 되었다.

    무, 감자와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내는 가오리조림.
    무, 감자와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내는 가오리조림.

    봄볕이 따사로운 날 구내식당의 특미인 생선조림을 먹기 위해 다시 찾아갔다. 가오리조림을 해줄 수 있다고 한다. 얇게 썬 무에 감자를 큼직큼직하게 넣은 가오리조림은 탕과 조림의 중간 정도이다. 조림이지만 넉넉한 국물은 조업을 마친 어부들이 해장을 겸한 밥상이라 탕인 듯 조림인 듯 잘박한 조림국물이다. 일품요리라는 것은 좋은 식재료에 넉넉하고 정성스러운 손맛이 좌우한다. 어촌계 구내식당은 점심 장사만 하고 둘째 화요일은 휴무다.

    고소하고 담백한 비건의 맛…건강을 잇다

    ◇‘관포60’의 자랑, 넛라테와 관포유자차 그리고 비건 브런치

    고즈넉한 어촌 풍경에 바다가 호수처럼 보이는 조용한 관포리 마을 안에 카페 ‘관포 60’이 있다. 거제도 장목면 관포리 60. ‘관포 60’은 최현숙 님이 운영하는 비건 카페다. 소비자의 호기심을 끌어당기는 숫자에 숨겨진 비밀은 이곳 주소를 상호로 사용한 효과적인 마케팅 이미지 전달이다.

    닭섬과 망봉산을 배경으로 ‘관포60’ 카페는 흔치 않은 비건 외에도 호수 같은 완만한 해안선으로 전경이 좋다고 소문난 곳이다. 실내 인테리어는 주로 흰색으로 깔끔하고 깨끗해서 매력적이다. 주차장은 따로 없지만 주변이 넓어 근처에 주차해도 견인당하거나 주차위반 딱지를 받을 일이 없다.

    비건 카페 ‘관포60’
    비건 카페 ‘관포60’

    최현숙 님이 이곳에서 비건 카페를 한 지 5년 남짓이다. 거제에서도 오지에 속할 만큼 조용한 관포마을은 잔잔한 호수와 같아 갈매기 소리와 파도 소리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좋았다. 이 마을에 태어나고 자란 남편이 관포항 투명카누 사업을 하였고, 시댁 옆집 관포리 60번지가 매물로 나와 구매 후 새단장하여 ‘관포 60’카페를 열었던 것이다. 8무 원칙에 따라 달걀, 우유, 버터, 백밀가루, 백설탕, 방부제, 화학첨가제, GMO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으로 육식을 피하고 식물을 재료로 만든 음식. 채소 과일 해초와 같은 식물성 음식과 음료를 판매한다.

    최현숙 님처럼 환경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연구해서 훌륭한 맛을 내는 비건 카페가 생겨나고 있다. 왠지 채식이라고 하면 맛이 없고 밋밋할 거라고 생각되지만, 비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도 챙기고 훌륭한 맛을 내는 카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다양한 채식빵.
    다양한 채식빵.

    ‘관포60’은 늦은 아침이나 이른 점심시간대에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비건 브런치 3종으로 비건 브런치, 현미와플 브런치, 통밀베이글 샌드위치로 건강하고 맛있는 빵을 만들고 있다.

    비건 브런치는 발아통밀빵과 신선한 샐러드, 두유 요거트 과일로 구성된 브런치다. 브런치와 베이커리를 겸하고 있어 근처에만 가도 고소하고도 달콤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발아통밀빵과 신선한 샐러드가 입맛을 돋우는 비건 브런치.
    발아통밀빵과 신선한 샐러드가 입맛을 돋우는 비건 브런치.

    현미와플 브런치는 현미찹쌀로 만든 쫀득하고 담백한 와플로 코코넛 아이스크림, 수제잼으로 구성되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이다. 쫀득하고 꾸덕꾸덕한 식감이 좋아 건강한 맛인데 맛도 좋다. 꿀과 블루베리 잼, 아이스크림이 나온다. 한 끼 식사가 되는, 자극적이지 않고 커피와 먹으면 안성맞춤이다.

    통밀베이글 샌드위치는 발아통밀 베이글 속에 비건버터, 크림치즈, 야채, 당근라떼, 버섯양파조림이 들어간 건강한 샌드위치다.

    아삭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통밀 베이글 샌드위치.
    아삭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통밀 베이글 샌드위치.

    60넛라떼 시그니처는 최현숙님 권하는 비건 추천 메뉴다. 캐슈넛으로 만들어진 라떼라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서 건강한 맛 자체로 고소하고 담백하면서 맛있다. 엄청 진하거나 향이 좋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신기한 것은 다 먹고 난 뒤에 막 달지도 않고 입안이 개운해지고 깔끔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쑥 라떼와 관포 유자차가 있다. 관포 유자차는 거제도에서 생산하는 유자를 청으로 만들어서 사용한다고 하니 믿고 마셔보기를 권한다.

    관포60이 자랑하는 넛라테 시그니처와 관포유자차,쌀과자.
    관포60이 자랑하는 넛라테 시그니처와 관포유자차,쌀과자.

    ‘관포60’은 매주 목요일은 휴무이고 운영시간은 11:00~18:00 까지다.

    아침이면 조용한 관포항 닭섬은 귓불이 빨개져서 먼 바다 물결로 날마다 바다를 읽어준다고 한다. 진솔한 삶의 모습을 우리 가락에 맞게, 언어의 숲을 헤치고 단뿌리를 찾아서 시조를 쓰겠다는 김종길 시인이다. 철저하게 사유하고 체험한 것을 창작하는 김 시인은 시간 경영으로 첫 번째가 청소, 두 번째가 독서와 산책, 그리고 친구 만나기와 여행이라고 한다. 예전에 고마운 아내에게 진달래꽃 한 짐 바치겠다던 그 약속이 지켜졌는지 궁금해지는 봄날이다. 지금 닭섬은 밝고 환한 빛으로 진달래가 뭉텅뭉텅 꽃 달고 서 있다.

    옥영숙(시조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