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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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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예술인을 담다] (15) ‘계면활성제 아저씨’ 안동윤 버블아티스트

웃음 터지는 ‘비눗방울 예술’ 행복이 방울방울

  • 기사입력 : 2024-02-19 21: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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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 때부터 ‘웃겨야 사는’ 재밌는 친구로 인기
    레크리에이션 강사 매력 느껴 직장 그만두고
    마임·저글링 배우다 ‘버블 아트’의 세계로
    최고의 버블쇼 위해 버블기술 연구·개발 거듭

    올해 1~2월 창원·진주서 생애 첫 기획공연
    “새로운 시도 아이들이 좋아할 때 가장 기뻐
    경상도 계면활성제 아저씨 버블쇼 해외 진출해
    전 세계 아이들 행복한 웃음 다 보고 싶어요”


    까만 닥터마틴 단화에 멜빵 바지, 그 위로 멋스러운 정장을 입은 아저씨가 기다랗고 구멍이 뚫린 막대를 허공에 휘두른다. 수십개의 비눗방울이 퍼진다. 팔을 쭉 편 아이들이 손으로 방울을 붙잡는다. 터지는 방울의 수만큼 무수한 웃음이 터진다.

    어느 예술이 아이들을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웃음을 주는 것. 자칭 ‘경상도 계면활성제 아저씨’, 버블아티스트 안동윤 팀클라운 대표가 20년 가까운 시간 버블 아트를 다뤄왔던 원동력은 그곳에 있다.

    버블아티스트인 안동윤 팀클라운 대표가 지난달 25일 창원 도파니아트홀에서 버블쇼를 펼치고 있다.
    버블아티스트인 안동윤 팀클라운 대표가 지난달 25일 창원 도파니아트홀에서 버블쇼를 펼치고 있다.

    ◇창원에서 피어오른 버블 아트= 안 대표는 올해 1~2월 창원과 진주에서 생애 첫 기획공연을 펼쳐냈다. 특히 그에게 창원은 각별하다. 창원은 처음 비눗방울을 시작해 자신의 버블 아트 기술을 발전시킨 제2의 고향이기도 하다. “창원 공연장인 ‘도파니아트홀’에서는 ‘비눗방울의 달인’으로 생활의 달인을 촬영하기도 했고, 도파니예술단의 천영훈 대표님과 협업 활동을 하기도 했었죠. 첫 기획공연은 이곳에서 하고 싶었어요.”

    ‘왜 비눗방울이었냐’ 하면 그의 근본을 봐야겠다. 우스갯소리로 ‘웃겨야 사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과 있으면 가만히 못 있겠고 어떻게든 웃겨보고 싶다. 안 대표는 그런 사람이었다.

    버블아티스트인 안동윤 팀클라운 대표가 지난달 25일 창원 도파티아트홀에서 버블쇼를 펼치고 있다. /어태희 기자/
    버블아티스트인 안동윤 팀클라운 대표가 지난달 25일 창원 도파티아트홀에서 버블쇼를 펼치고 있다. /어태희 기자/

    “초등학교 다닐 때는 학생회장도 하고 중고등학교 체육대회 가면 응원단장 하고, 어릴 때부터 성격이 밝고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고 싶어 근질근질하니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바로 삼성전관(현재 삼성SDI)에 취업을 했지만, 사람들과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레크리에이션 강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면서 일을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마임도 배우고 저글링도 배웠다. 그러다 최종적으로 안착하게 된 것은 버블 아트다. 비눗방울이라는 것이 재밌었다. 재능이 있었는지 상상만 하면 바라는 형태로 구현됐다. 어느 활동보다 비눗방울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웃음이 가장 생생했다.

    “애들이 왜 이렇게 비눗방울을 좋아하는가 고민해 봤는데, 유한성 때문인 것 같아요. 유리구슬처럼 예쁜 건 똑같은데, 이걸 가질 수 있다면 식상할 테지만 비눗방울은 가질 수 없으니까요. 아이들이 가진 환상인 거죠.”

    아이와 함께 버블쇼를 하고 있는 안동윤씨.
    아이와 함께 버블쇼를 하고 있는 안동윤씨.

    ◇세계로 나아갈 경상도 계면활성제 아저씨= 어쩌다가 먹은 비눗물만 대충 추산하자면 2L, 그만큼 오랜 기간 비눗방울을 다뤄온 안 대표에게는 버블쇼의 지론이 있다. 정체 없이 계속 발전해 나갈 것. 최고의 버블쇼를 만들기 위해 연구에 개발을 거듭한 그는 자신의 버블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말할 자신이 있다.

    야외 공연을 주로 나가는 그는 공연을 펼치기 힘든 겨울 비수기에는 작업실에 박혀 하루종일 비눗방울 연구에 몰두한다. 야외의 습도와 온도에 맞춘 비누액 개발은 옛적에 끝냈고 이제는 다채로운 방식으로 비눗방울을 뽑아내는 방안을 찾아내고 있다. 8m 높이에서 비처럼 비눗방울 수천개가 떨어지는 기계, 바람에 따라 불어오는 비눗방울을 아이들이 잔뜩 만끽할 수 있는 비눗방울 놀이터, 밴드의 음악 공연과 함께 비눗방울이 쏟아지는 퍼레이드카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스토리텔링의 접목도 그가 연구하는 내용 중 하나다. 알에서 태어나는 공룡, 침공하는 외계인, 이순신 장군과 박혁거세 이야기 등 다채롭다.

    버블아티스트인 안동윤 팀클라운 대표가 지난달 25일 창원 도파티아트홀에서 버블쇼를 펼치고 있다. /어태희 기자/
    버블아티스트인 안동윤 팀클라운 대표가 지난달 25일 창원 도파티아트홀에서 버블쇼를 펼치고 있다. /어태희 기자/

    “새로운 시도가 아이들에게 너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때가 제일 기쁜 순간이에요. 가끔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것이 반응이 안 좋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무기력해지곤 하는데, 그래도 창작 활동을 멈추면 공연자가 아니니까 금방 일어나서 연구하곤 하죠.”

    정체되지 않고 나아가는 것에는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전국을 순회하며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뽐내는 안 대표의 목표는 세계 진출이다. 당장 외국으로 나가 게릴라 식으로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닌, ‘경상도 계면활성제 아저씨’의 팀클라운이 정식으로 초대를 받아 펼치는 공연이 구체적인 목표다.

    “제가 가진 버블쇼의 기술이 세계에서도 없는 것들이 많으니까. 열심히 하다 보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해외까지 나가서 한국의, 경상도의 버블쇼를 선보이고 그걸로 전 세계 아이들의 웃음을 다 보고 싶습니다.”

    글·사진= 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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