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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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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불시착- 정성화(남해군 창선면 부면장)

  • 기사입력 : 2024-01-10 19: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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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적한 겨울 풍경이다. 남해의 겨울은 나의 예측과는 달리 칼바람도, 강추위도 돌발적으로 비켜갔다. 유난히 포근한 날이 잦다. 지난여름 높은 할인율에 유혹되어 쟁여둔 몇 벌의 겨울옷은 측은하게도 옷장 문이 열리기만을 손꼽고 있다. 계절의 경계도 아닌 시기에 신중하지 못했던 소비습관을 지극히 반성하고 있다.

    몇 년 전 방영됐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기억한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어느 날 돌풍으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게 된 특급 장교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였다. 두 주인공은 북한과 남한 간의 국경을 오가며 죽을 위기에 처한다. 살기 위한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되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다뤄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주었다.

    이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일도 일정한 계획과 기대를 벗어나 때로는 예상치 못한 ‘불시착’을 누구나 경험하게 된다. 인생 또한 예측 불허의 여정이다. 필자도 지난 2일, 창선고사리 축제가 있는 행정복지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은 5400여 명이 거주하는 정겨운 지역이다. 익숙했던 본청의 환경과 업무를 환기하는, 낯설지만 새로운 나의 진귀한 재생의 불시착이었다.

    맡은 책무는 현장에서 지역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때론 상처를 받기도 하고, 미움을 드러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여름 어설픈 선택을 교훈 삼아, 고단한 현장의 문제가 모호하지 않도록 예측하거나 재단하지 않아야 함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열흘이 넘도록 불안하고 두려웠다. 다행스럽게도 지역마다 주민들의 의견 존중과 참여를 통해 민주적 의사결정 플랫폼인 ‘주민자치회’가 활발하여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이렇듯 모든 상황에는 협력과 상생을 기반으로 한다. 시대적 변화와 경제적 요인으로 언제든 누구든 불시착의 상황과 부딪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시착’ 여정에 함께 공감하고 지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특별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노력한다면, 불시착한 상황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출발점일 것이다. 그렇다면 불시착은 모두의 성장과 경험의 보화가 되지 않을까!

    정성화(남해군 창선면 부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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