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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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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개국공신-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4-01-09 19: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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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개국공신은 55명이다. 이들 중 정변에 휘말려 비극적 최후를 맞은 이도 12명이나 된다. 대표적으로 태조 이성계의 ‘장자방’으로 불린 정도전이 있다. 그는 한양 천도 과정에서 경복궁과 도성 위치를 정하고 각 성문과 한성부의 5부 52방 이름을 지었다. 통치 규범을 제시한 ‘조선경국전’도 만들었다. 이처럼 조선의 이념적 바탕을 마련하고 체제를 정비해 500년 왕조의 기틀을 다진 실세였다. 하지만 권력투쟁에서 밀려 훗날 태종이 된 이방원에게 제거됐다.

    ▼중국 한나라 창업자인 고조 유방은 왕권에 위협이 될 만한 개국공신을 차례로 숙청했다. 맹장 한신은 ‘서한삼걸’(西漢三杰)‘에 꼽힌 일등공신이다. 제후국 초왕(楚王)에 임명됐지만 세력이 커지자 주살당했다.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사의 곡절마다 등장한 불문율이다.

    ▼현대판 정권 창출의 핵심 인물도 개국공신에 비견한다.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주역을 약칭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라 부른다. 경남 출신 윤한홍을 비롯해 장제원·권성동·이철규 국회의원 등이 핵심 4인방으로 거론된다. 윤한홍은 정권 초기 핵심 국정과제인 청와대 이전 업무를 총괄하며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과시했다. 한데 4월 총선을 앞두고 당내 일각에서 이들 친윤 인사에게 칼을 겨누고 있다. 개혁 명분을 앞세운 퇴진 요구다.

    ▼세대교체를 바라는 이들이 즐겨 인용하는 문구가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장강(양츠강)은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며 흐른다)’이다. 정도전도 주류세력을 권문세가에서 신흥 사대부로 대체하기 위한 명분을 이 글귀에서 찾았다. 한데 그도 결국 뒷물에 떠밀렸다. 강을 건넜으면 뗏목은 그 역할을 다한 것이다. 쓰임이 다한 뒤엔 버려질 운명이 권력의 속성이다. 정치의 한 굽이를 보며 세상사 이치를 다시금 통감한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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