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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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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사회안전망- 김태완(동남권 엔젤투자허브 센터장)

  • 기사입력 : 2024-01-07 19: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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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들어 언론에서 부쩍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위기니, 중소규모 건설업체의 도산이니, 건설사 워크아웃이니 하는 말들이 들린다. 다른 쪽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계속해서 내리고 있고, 매매가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도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평범한 시민이고, 오늘도 아파트 거실에서 물끄러미 창 너머 외부 세상을 감상하고 있다. 휴일에는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그냥 쉬고 싶은데, 아내가 나를 찾는다. 실내 먼지로 쌓인 이불을 털어달라는 요청이다. ‘아내의 말은 잘 들어야 한다’ 그게 잘 사는 방법이라 결심하고, 이불을 들고 베란다 난간에 선다. 바깥의 시원한 공기와 푸른 하늘도 보이지만 우리집이 아파트 10층의 높이라서 아래를 보니 아찔하기만 하다. 여기 이 베란다 난간에서 맨발로 서서, 무거운 이불의 먼지를 털어낸다. 그것도 여러 번을 반복해서 턴다. 이불을 털 때마다 다리가 휘청휘청거린다. 얼른 임무를 완수하고 다시 거실 소파에 앉았는데 방금 전에 서 있던 베란다 난간이 눈에 들어온다. 분명 난 고소공포증이 있고 10층 높이에서 아래를 보면 머리가 어질어질해진다. 그런데 조금 전 내가 저기서 무거운 이불을 털어내는 행위를 했다.

    2층 높이 사다리 위에도 제대로 서지 못하고 벌벌 떠는 내가 그렇게 위험한 행동을 했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놀라고 신기한 마음에 다시 한번 아파트 베란다를 유심히 바라본다.

    내가 행한 이 무모하고 자신감 넘치는 행동은 어디에서 왔을까? 고소공포증을 이겨내고 난간 끝에서 이불을 털어내는 용기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설마, 저기 베란다 끝에 어설프게 고정된 알루미늄 재질의 안전봉? 발로 세게 차면 부러질 것 같은 빈약한 알루미늄 난간.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니, 이불을 털 때도 내 몸이 난간봉에 닿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한없이 약하게만 보였던 베란다 난간봉이 나에게 심리적 안정과 용기를 주었다. 고소공포증을 이겨내고 이불 털기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게 했다.

    비록 작고 또 부족하더라도 기초적인 사회안전망이 있으면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심리적 안정을 갖고, 사람들은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김태완(동남권 엔젤투자허브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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