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3일 (금)
전체메뉴

[가고파] 노마식도(老馬識途)-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 기사입력 : 2024-01-07 19:29:30
  •   

  • “약마복중(弱馬卜重:약한 말에 무거운 짐을 싣는 것)보다야 노마식도(老馬識途:늙은 말이 길을 찾는다)가 낫지요.” 이순을 지나는 나이에 이룬 것 하나 없이 ‘일모도원(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의 신세를 아쉬워하면서 한숨만 짓고 있으니 곁에 앉았던 후배가 툭 뱉은 말입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순간 ‘노마식도도 아니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두려움이 머릿속에서 일었습니다.

    ▼세대에 따라 살아온 길은 제각각입니다만, 지나온 길에 대한 추억과 영웅담, 가보지 않은 갈 길에 대한 두려움은 같을 것입니다. 과거는 누구에게나 슬픔과 눈물 한 줌은 있습니다. 옛 세대에겐 더욱 그러하며 21세기를 사는 젊은 친구들조차 그런 어려움은 여전합니다. 과거 배고픔이나 등록금을 못 내는 ‘없는 서러움’과 다를 뿐, 돈만 아는 세상에 태어나 오직 성적뿐인 학교 등 오염된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에게도 한숨과 힘겨움은 존재합니다.

    ▼지나온 길과 달리 갈 길인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처음 겪는다는 점에서 나이와 상관없이 걱정이 떠나질 않을 것입니다.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따뜻한 추억과 벗, 그런 시스템을 지켜주는 제도와 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나아가 살면서 스스로 익히고 배운 지식과 지혜, 건강한 정신과 육체 등이 될 것입니다. 자신의 자산은 자기가 기르는 것이고 사회는 ‘붕대’처럼 개인이 버틸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늙은 말이 길이라도 잘 알아야 하는데, 몸은 늙고 길까지 모르는 상태에 이른 것은 아닌지 참으로 걱정됩니다. 그런데도 “몸 아프지 않고, 남의 집에 돈 빌리러 가지 않으면 된다”라는 옛말이 작은 위안이 됩니다. 어쩌면 그런 삶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도감이 드는 것은 나이 탓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이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1월의 짧은 저녁노을처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새해 아침입니다.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병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