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1일 (수)
전체메뉴

[촉석루] 선물- 김형헌(남산중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24-01-02 19:12:05
  •   

  • 좋은 날 자축하는 습관이 생겼다. 내 일상의 다양한 기념일과 크고 작은 일에 대하여 자신에게 고마움과 대견함을 표하고 선물하며 축배를 드는 것이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다.

    나에게든 남에게든 선물하는 것은 여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시기와 장소도 맞아야 하고, 선물 받을 사람의 성향과 바람을 알아 적절한 선물을 선택해야 하니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의 맘에 흡족한 선물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어떤 선물을 주고받았을까? 내가 받은 선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상대에게 가장 큰 기쁨을 준 선물은 무엇일까? 사랑하는 가족, 고마운 사람들과 많은 선물을 주고받았지만 유독 나의 선물을 마음에 들어 했던 분은 장인어른이다. 장인어른 생전에 나는 편지를 자주 썼다. 아버님께서 사위가 쓰는 편지를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처가에 가기 전 나는 정성을 다해 편지를 쓰곤 했다. 어른들의 기도와 보살핌으로 잘살고 있음에 대한 고마움을, 가족들과 서로 아끼고 위하겠다는 다짐을, 주변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다는 각오를, 가족들에게 작은 본보기가 되겠다는 바람을 담아 한지에 글을 쓰고 봉투에 서명하면서 얼굴 가득 웃음 지으실 장인어른을 떠올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만남을 고대했었다.

    아버님은 30여 년 받으신 편지를 모아 잘 간직하시더니 ‘김서방의 편지를 무덤에 가져가고 싶다’고 하셨다. 무덤가에서 불을 지피며 한참을 눈물지었던 기억이 난다. 나의 편지는 아낌없는 사위 사랑에 대한 작은 보답이었고, 편지를 읽으시며 흐뭇해하시던 아버님의 모습은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시는 큰 사랑이었다. 문득 장인어른이 그리워진다.

    크고 작은 일들로 떠들썩하고 서로 힘들다 하소연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네가 나에게 와주어 참 고맙다’ 말하고, 아이가 부모에게 ‘당신이 있어 참 감사합니다’ 말하고, 부부가 서로 손잡고 ‘당신을 만난 게 가장 큰 행운이오. 참 고맙고 감사하오’ 말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선물’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아침이다.

    김형헌(남산중학교 교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