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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5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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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콘크리트 디스토피아-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 기사입력 : 2023-10-15 19: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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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본 뒤 스스로 어느 쪽인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위험도 감수하면서 행동하는 이병헌과 같은 부류 사람인지, 아니면 끝까지 힘든 이웃을 보듬으면서 진실을 파헤치는 박보영과 같은 쪽인지 자신에게 묻고 있었습니다. 젊어서는 이병헌이었고, 나이가 들면서 박보영과 궤를 같이하는 듯했습니다만 마음 한편 ‘아직은…’하는 생각에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축구를 퍽 좋아했고 즐겼습니다. 좋아하는 팀의 경기 땐, 팀과 일체화돼 감정이 격앙된 나를 간혹 발견하면서 깜짝 놀랍니다. 감정이입이 극에 달해 아내의 핀잔에 머쓱해질 때쯤 둥둥 저 멀리 떠내려가 버린 나의 이성을 급하게 뭍으로 건져 올려야 합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이병헌과 같은 행동을 하는 군중과 박보영과 걸음을 맞추는 소수의 사람, 둘 다 인격을 지닌 인간입니다. 두 개의 각각 다른 성격의 인격체를 지닌 듯한, 그런데도 하나의 이름과 몸으로 사는 사람들. 군중과 그 속에 있는 개인은 과연 이성이 없는 것일까요? 일시적으로 줄어들고 쪼그라든 이성을 깨우지 못한 이들일까요? 거꾸로 온전히 있는 사람은 이성적이기만 하나요?

    ▼어쩌면 군중심리와 이성이 가장 뜨겁게 마주 섰던 시기와 공간은 사도세자의 ‘마지막 8일’이지 싶습니다. 영조의 아들이자 정조의 아버지 이훤. 그는 뒤주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27살, 그 뜨거운 생의 한가운데서 음력 5월, 한낮 무더위와 공포가 덮친 그 좁은 공간에서 무려 8일이나. 아버지의 아들 학대와 바람이 잘 날 없는 붕당정치, 본인의 광기까지 겹친 그 시간. 이성은 사라지고 군중의 광기만 가득했던 그 지점에 뒤주와 사도세자가 있었던 것입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병헌의 죽음을 통해 한국인의 삶 터전인 아파트가 더 이상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라는 것을 웅변하는지 모릅니다.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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