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6월 20일 (목)
전체메뉴

[가고파] 올드머니- 정민주(경제부 기자)

  • 기사입력 : 2023-10-09 19:32:46
  •   

  • 매년 가을엔 옷장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게 된다. 대체 작년엔 뭘 입은 걸까. 입을 옷이 마땅치 않다는 핑계로 트렌드를 검색했다. 단연 올 가을 최고의 패션 화두는 ‘올드머니(Old Money)’룩이다. 직역하면 ‘오래된 돈’이지만 올드머니의 사전적 정의는 유산이나 상속으로 물려받은 재산을 뜻한다. 여기서 파생된 ‘올드머니룩’은 세대를 거듭하며 부를 축적하고 명성을 쌓은 상류층의 의상 또는 이를 통해 영감을 얻은 ‘프레피룩’ 등 패션을 뜻한다.

    ▼지난해부터 한국에서는 Z세대(1995년~2010년 출생)를 중심으로 ‘와이투케이’(Y2K) 패션이 큰 인기를 얻었다. Y2K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한 문화 트렌드를 일컫는데, 화려한 색감과 패턴의 아이템을 활용하는 것이 Y2K 패션의 핵심이다. 서구권 Z세대들은 올드머니룩에 관심이 커졌다. 벼락부자가 된 ‘뉴머니’ 대신 고상하고 기품 있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로 인한 무력감과 신흥 재벌들에 대한 반감을 그 이유로 꼽는다. Z세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으로 10대부터 부의 양극화를 느끼게 됐다. 코인과 주식 등 비교적 쉽게 부를 얻은 신흥 재벌들에 대한 반감이 귀족 선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올드머니가 될 수 없으니 패션이라도 상속녀처럼 입겠다는 것이다.

    ▼가문이 부를 축적한 올드머니는 오랫동안 자기만의 부가 아니라 사회와 함께 이룬 부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기부와 사회적인 투자, 문화예술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10만석 대부호 가문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유출될 뻔한 문화자산을 지킨 전형필 선생이 대표적인 예다. 상류층으로 보이도록 치장하는 대신 올드머니가 지닌 사회적, 문화적 태도에 더 집중하면 어떨까. 외면의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시작된다.

    정민주(경제부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민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