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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긴 노동절을 보내며- 이지혜(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23-10-04 19: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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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 명절부터 개천절까지 장장 6일간에 걸친 연휴가 끝났다. 이 긴 휴가가 반갑지만은 않았던 것은 연휴만큼 길어진 가사노동의 굴레 때문이다. 차례상에 올릴 전을 부치고 생선을 찌고 나물을 무치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을 밥상이 수차례 차려졌다 치워졌다. 아이들을 씻기고 입혔고 드나든 자리는 어지럽혀졌다 또 치워졌다. ‘한가위 노동절’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그간 가사노동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남성의 생산노동에 대비되는 ‘재생산 노동’으로 평가받아 왔다. 인간이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 노동임에도 오로지 임금 노동을 위한 ‘그림자 노동’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통계청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무급 가사 노동은 약 490조원의 가치를 가진다. GDP의 25.5% 규모다. 이 중 66.6%는 요리 세탁 등 가정 관리이고 22.1%는 가족 돌봄이다. 여성이 72.5%를 담당하는데, 남성이 가사 부담을 47세에 벗어나는 반면 여성은 84세가 되도록 벗어나지 못했다.

    ▼매일 집안을 닦고 음식을 만들고 아이들을 돌봤음에도 “우리 엄마는 백수에요”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한 여성의 하소연은 추석 전 한동안 인터넷을 달궜다. 명함 한 장 없이 사회가 인정해주지 않는 노동을 계속 이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속, 언제나 ‘N잡러’였지만 ‘집사람’으로만 불린 우리네 엄마, 이모들은 언제나 일을 했고 늘 누군가를 먹여살렸다.

    ▼가사노동이 평가절하된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은 여성의 희생일 수밖에 없다.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다”를 되뇌었던 여자아이는 자라서 비혼을 결심한다. 법적 근로 시간도, 정년도 없는 노동을 하면서도 백수 취급받는 삶을 자의만으로 선택할 리 만무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구위기 대책으로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 도입을 이야기하는 이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지혜(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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