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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3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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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심폐소생술의 역사

서민호(창원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 기사입력 : 2023-09-25 08: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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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든타임 내 시행하는 심폐소생술은 사람의 생명을 지켜낼 수 있는 중요한 술기이다. 인류는 어떻게 숨을 불어넣고 흉부를 압박하는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게 됐을까? 심폐소생술을 연상케 하는 기록은 성경에도 등장하며, 독 사과를 먹고 잠이 든 백설공주를 왕자가 입맞춤으로 살려낸 이야기에서도 오늘날 우리가 아는 ‘구강 대 구강’ 호흡법을 떠올릴 수 있다. 오늘 글에서는 현대의학의 기초가 된 심폐소생술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심폐소생술 발전의 역사는 18세기부터로 그다지 길지 않다. 처음에는 흉부압박보다 인공호흡이 먼저 발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육안상 바로 인지하기 어려운 심장 박동보다는 ‘숨이 멎었다’라는 표현처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호흡의 유무가 심정지 상황의 인지와 적극적인 조치에 더 용이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인공호흡은 맨 처음 스위스 의사 파라셀서스가 풀무를 이용한 강제호흡을 시도했으며, 1732년 스코틀랜드 외과 의사 윌리엄 토사크가 질식한 탄광 광부를 살리기 위해 처음으로 구강 대 구강 호흡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1850년대에 들어 런던의 마샬 홀과 헨리 실베스트가 만든 자세 변화를 통한 인공호흡 방법이 20세기 초까지 일반적으로 사용됐다.

    흉부압박은 인공호흡보다는 더디게 발전했다. 첫 시작은 1775년 덴마크 수의사의 동물실험을 통한 발견이었다. 그는 닭에게 심정지를 시킨 후 가슴에 충격을 가하면 심장박동이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874년 독일에서는 동물수술 중 가슴을 열어 직접 심장에 자극을 주는 ‘개방 심장 마사지’를 통해 혈액순환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고, 1878년 동물실험을 통해 비로소 ‘흉부압박’이 적절한 혈액순환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891년에 이르러 처음으로 사람에게 흉부압박을 적용했으나 바로 정착되진 않았고, 다음 반세기 동안이나 그 이름도 살벌한 ‘개방 심장 마사지’가 표준이 됐다. 1903년 동물실험으로 흉부압박을 통한 혈액순환의 회복을 입증하고 사람에게도 성공한 것을 보고했지만 당시 견인력을 얻지 못했다. 1933년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동물의 흉골에 압력을 가해 뇌에 적절한 혈액순환을 제공하고, 제세동을 통해 심장을 다시 뛸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을 발표한 후 본격 흉부압박이 시도되기 시작했다. 1947년에는 사람의 개방된 심장에 제세동을 성공시켰으며, 1956년 폴 졸 박사는 사람에게 외부 제세동기를 이용해 심장 부정맥을 안정적인 박동으로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현재도 ‘졸’이라는 회사는 제세동기를 만드는 유명한 의료기기 회사다.

    1957년 마취과 의사 피터 사파르는 A(기도)와 B(호흡)를 C(흉부압박)와 결합한 ‘소생술의 ABC’라는 책을 썼다. 이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구강 대 구강 인공호흡과 흉부압박이 결합된 심폐소생술 시스템으로 미국심장협회에서 채택해 표준화된 심폐소생술 교육 및 수행 지침을 확립하면서 실시하게 됐다. 당시 실물 크기의 훈련용 마네킹을 만들기 위해 노르웨이 장난감 제작자인 아스문드 레어달과 심폐소생술 마네킹 ‘애니’를 만들어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4억 명 이상의 사람들을 교육하고 있다. 1972년 세계 최초 CPR 대중교육인 ‘Medic II’가 개발됐으며, 1979년에는 의료인을 위한 전문심장소생술(ACLS)교육이 개발돼 현재 의료인이 의무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이 됐다. 1988년에는 미국심장협회와 미국소아과학회 공동으로 소아기본소생술, 소아전문소생술, 신생아소생술 등 소아전문치료도 개발됐다. 2008년부터는 심정지 시 인공호흡을 제외하고 흉부압박만을 실시하는 ‘Hands-only CPR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심폐소생술 훈련을 받지 않았거나 구강 대 구강 호흡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인공호흡을 하기 어려운 경우, 흉부압박의 지연 및 중단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심폐소생술은 지속적 연구를 토대로 보완 발전이 이뤄지고 있으며, 대한심폐소생협회를 통해 일반인도 쉽게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심폐소생술을 숙지해 두면 위급상황 시 아무런 정보가 없는 것보다 훨씬 침착한 대응이 가능할 수 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생명의 은인이 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다.

    서민호(창원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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