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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 2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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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ON- 여기어때] 마산 임항선 그린웨이

굽이굽이 녹색길 거닐면 칙칙폭폭 추억을 만난다

  • 기사입력 : 2023-09-21 2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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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마산세관~개나리아파트 4.6㎞… 폐 철도 활용한 도심속 산책로
    철길 사이에 두고 우뚝 솟은 아파트·낡은 주택들 과거와 현재 공존
    3·15의거탑·몽고정 등 역사 흔적… 북마산역·철길시장 추억도 아련


    지금은 창원시의 한 구(區)가 된 마산은 오래된 항구도시다. 당연히 항구로 가는 철길, 임항선(臨港線)이 있었다. 경적이 요란하게 울리던 이 길엔 이제 기차가 다니지 않은 지 오래다. 대신 녹슨 철길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이어지고, 훤칠한 나무들이 그늘을 내어준다. 마산 시내를 깊숙이 파고들었다가 바다로 향하는 이 길엔 굽이굽이 추억과 삶의 애환이 깃들어 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녹색길, 임항선 그린웨이다.

    철길을 배경으로 한 액자 모양 포토존.
    철길을 배경으로 한 액자 모양 포토존.

    임항선 그린웨이는 옛 마산세관에서 시작해 마산합포구청, 3·15의거 기념탑, 성호초등학교, 옛 북마산역, 석전사거리를 거쳐 마산회원구 석전동 개나리아파트까지 마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산책길이다. 거리는 옛 마산세관~개나리아파트 4.6㎞다. 정확히는 마산합포구 월포동 옛 마산세관 건물 건너편에 있는 한성 가고파 맨션 앞에서 출발한다. 철길 안을 시멘트로 메운 길이라 어느 구간에서 시작하든 경사 없이 매끄럽게 잘 이어져 있지만, 마산의 속살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려면 정석대로 가는 게 좋다.

    요트 조형물을 머리에 얹은 분수대가 보이면 임항선 그린웨이의 시작이다.

    산책길을 따라 소나무와 주목, 단풍나무, 왕벚나무, 이팝나무, 종려나무 등이 줄줄이 늘어서 온통 푸른 세상이다.

    산책로 곳곳에 의자와 그늘막, 운동기구들이 마련돼 있다.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면서 건강도 챙기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 반려견과 산책 나온 주민들도 자주 보인다.

    마산세관~합포구청 구간(1㎞)은 보행길과 자전거길 사이로 흙길이 조성돼 맨발로 걷는 재미가 있다. 지역 시인들의 대표작들을 전시한 ‘시의 거리’에서는 가을이 되면 곱게 흩날리는 단풍비를 맞으며 운치 있게 ‘문학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대형 마트를 지나자 분위기가 달라진다. 산책로가 좁아지는 대신 양옆으로 빽빽하게 마주한 나무들이 아치형 터널을 이뤄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준다. 곧 도로를 가로지르는 큰 철교(마산가도교)가 나타난다.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옛 철길을 배경으로 액자 모양 포토존에서 추억을 남겨본다.

    가도교 철길.
    가도교 철길.
    역무원 조형물.
    역무원 조형물.

    가도교 아래로 민주성지 마산의 상징, 3·15의거 정신을 기리기 위한 ‘3·15의거 기념탑’이 내려다보인다. 왼편에는 고려시대 말 마산에 주둔한 원나라 군사들에게 마실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우물인 ‘몽고정’이 있는데, 샛길로 내려가면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가도교 아래에 있는 3·15의거 탑.
    가도교 아래에 있는 3·15의거 탑.

    몽고정 옆에 있는 산업관광 홍보관은 마산수출자유지역, 한일합섬, 창원국가산단 조성 과정과 전국 7대 도시 시절 마산 창동의 모습 등 창원의 변천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유익하다.

    걷다가 잠시 짬을 내면 문신미술관, 가고파 꼬부랑길, 창동예술촌 등 마산의 명소도 둘러볼 수 있다. 산책길 곳곳에 놓인 안내판이 친절히 일러주는 대로 가면 된다.

    성호초등학교를 지나면 철길을 사이에 두고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고층 아파트와 슬레이트 지붕의 낡은 주택들이 어색하게 공존하는 풍경을 만난다. 한때 회원동 판자촌으로 불렸던 이 길에서 어떤 이들은 가슴 한편에 묻어둔 아린 기억을 꺼내 보리라.

    옛 북마산역 자리.
    옛 북마산역 자리.

    옛 북마산역 자리에는 기차역 대합실 모양의 작은 건물과 공원이 조성돼 있고, 건물 내부에는 마산의 철도 역사가 전시돼 있다. 주변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바둑을 두고, 막걸리 잔을 부딪치는 모습이 정겹다.

    북마산역~석전사거리 구간. 빽빽한 녹색 숲 사이로 사람들이 걷고 있다.
    북마산역~석전사거리 구간. 빽빽한 녹색 숲 사이로 사람들이 걷고 있다.

    회원천에 닿자 길은 곧 시장 안을 파고들며 추억 속으로 데려간다. 1970년대 후반에 철길을 따라 자연적으로 형성된 북마산 철길시장이다. 재개발로 점포들이 옮겨가면서 예전의 북적대던 시장통 특유의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떡집과 채소가게, 과일가게, 이불가게 등이 남아 손님을 맞고 있다.

    북마산 철길시장.
    북마산 철길시장.

    시장을 벗어나 다시금 길을 나선다. 인심 좋은 동네 치과에서 그린웨이를 걷는 사람들이 목을 축일 수 있도록 생수를 나눠주고 있다. 상가 앞에 ‘그린웨이 옹달샘’을 두고 매일 평일 낮 1시에 1200병의 생수를 채워두는데, 인당 한 병씩인데도 4시께에는 이미 동나 있었다.

    신식 고층 아파트와 낮은 담벼락이 번갈아 들어오는 시선이 익숙해질 때 즈음 문득 내리막 계단이 나타난다. 계단 왼편으로 개나리아파트, 오른편으로 메트로시티 석전아파트가 보이면 마침내 종점이다.

    소요 시간은 2시간 남짓. 오롯이 걷기에만 집중한다면 훨씬 시간을 아끼겠지만, 구간마다 추억이 정차해 있는 임항선 그린웨이는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고 천천히 음미하고 싶어지는 길이기에 느림보가 되고 만다.

    철길시장 인근 아파트를 낀 산책길./창원시/
    철길시장 인근 아파트를 낀 산책길./창원시/

    ※ 임항선 그린웨이= 임항선(臨港線)은 항구에 닿은 배의 짐을 기차에 싣기 위해 부두까지 이은 철도의 선로다. 마산임항선(마산항 제1부두선)은 경전선 마산역에서 마산항까지 총연장 8.6㎞로 1905년 삼랑진~마산포 구간이 개통되면서 영업을 시작했다. 인근 농촌지역에서 마산으로 통학하는 학생, 북마산역과 마산어시장 등으로 물건을 사고 팔러 나오는 상인 등 수많은 사람들의 교통수단이자 소통의 장 역할을 하면서 그들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러다 1977년 석전동 일대에 신축된 통합 마산역으로 여객 기능이 이전되고, 경전선 또한 직통 형태의 선형으로 바뀌어 도심 외곽으로 옮겨졌다. 이후 임항선은 마산항으로 석탄이나 군수물자 등을 운반하는 화물 노선으로 쓰이다가 그마저도 수송량이 줄면서 2011년에 폐선됐다. 이 폐철길의 일부 구간(4.6㎞)을 창원시가 도시재생 선도지역 사업의 일환으로 재탄생시킨 것이 바로 임항선 그린웨이다.

    김정민 기자 jm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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