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간이역] 쉬운 詩- 고영조
- 기사입력 : 2023-09-21 0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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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아내가 말했다
시가 너무 어려우면 누가 읽어요?
가볍게 쓰세요. 정직하게
세 시간 차 타고 국도를 달리면서
줄곧 그 생각뿐이었다
쉬운 것이 얼마나 어렵다고
가벼운 것이 얼마나 무겁다고
머리를 흔들었지만 답할 수 없었다
그 동안 아내는 나를 너무 깊이
알아버렸다
감출 수 없었다
언제나 詩는 저 홀로 무겁고
먹어치운 삶은 가벼웠다
온몸이 붉어졌다.
☞삶을 쉽게 설명하는 것은 공자님도 실패했고 예수님도 성공하지 못했다. 삶이 어려운데 그 삶의 진실을 드러내고자하는 詩가 어찌 쉽게 써지겠는가? 詩는 늘 어렵다. 아무리 쉽게 써도 어렵다.
공자님께서는 시 삼백 편이면 사무사(思無邪)라 했다. 그런데 독자들은 늘 쉬운 詩를 원한다. 모든 시인은 시를 쉽게 쓰려고 한다. 그런데 써놓고 보면 역시 어렵다 한다. 쉬운 詩라. 참 난제(難題)다.
그래서 어떤 시인은 “자신의 시를 이해하는 진정한 독자가 다섯 명만 되어도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 다섯 명이라, 생각해 보면 그 다섯 명도 많다 싶다. 지음지기(知音知己)가 어디 쉬운가? 다 어려운 문제다. 난제(難題)다.
-성선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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