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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환갑 맞은 K-라면- 강지현(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3-09-17 19: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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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글보글 물이 끓으면 스프와 면발을 넣는다. 기호에 따라 파 송송 계란 탁. 알맞게 익으면 젓가락 가득 후후 불어 후루룩. 소리까지 맛있는 이 음식은 한국인의 소울푸드 ‘라면’이다. 라면 한 봉지엔 인생의 맛이 담겨 있다. 얼큰하고 시원한 ‘한국의 맛’은 기본이요, 질리지 않는 감칠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리움의 맛, 국물에 밥까지 얹으면 든든한 맛, 거기다 요즘 유행하는 눈물 나게 매운 맛까지 고루 갖췄다.

    ▼지난 15일 63년생 라면이 환갑을 맞았다. 한국의 첫 라면은 삼양라면. 태어날 당시 중량 100g에 값은 10원이었다. 현재 국내에 시판 중인 라면 종류는 557개. 지난 60년간 쉬지 않고 변신을 거듭한 결과다. 출시 후 20년 넘게 1위를 지키던 삼양라면은 안성탕면(1987년)과 신라면(1991년)에 차례로 왕좌를 내줬다. 전국을 제패한 신라면이 평정하지 못한 지역은 딱 한 곳, 안성탕면 사랑이 유난한 경남뿐이다.

    ▼한국 라면의 인기는 라면 종주국인 일본을 넘어섰다. 1999년 신라면이 해발 3454m 스위스 융프라우 전망대 매점을 접수하더니, 20년 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계기로 ‘짜파구리’의 환상케미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제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까지, 라면 맛에 세계가 열광한다. 지난해 해외로 수출된 라면은 26만t, 수출액은 1조1400억원에 이른다. 면발 길이는 약 1억㎞로 지구를 2670바퀴나 감을 수 있다.

    ▼라면은 조리가 쉽고 저렴하고 배부르고 놀랍도록 맛있다. 라면의 60년 역사는 우리의 몸과 마음에 또렷하게 각인돼 있다. 한 줄기 바람에 묻어있는 스프의 MSG 향기가 코끝을 스치기만 해도 우리는 라면을 그리워한다. 오늘도 누군가는 라면을 먹는다. 출출해서, 심심해서, 즐거워서, 열 받아서, 배고파서, 해장용으로, 혹은 그냥 생각나서. 요란한 가을 폭우가 지나갔다. 아침저녁으로 더 선선해지면 또 라면을 찾게 되겠지. 뜨끈한 국물이 필요한 계절이니까.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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