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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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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 지식과 지성

한승전 (한국재료연구원 특수합금연구실 책임연구원)

  • 기사입력 : 2023-09-15 08: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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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승 전 한국재료연구원 특수합금연구실 책임연구원

    문명과 문화는 인간에게만 해당하는 단어다. 깊이 생각할 줄 아는 인류는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그 지식을 축적해 거대한 마천루, 여객선, 자동차, 비행기뿐만 아니라 지구 밖을 벗어날 수 있는 우주선까지 만들어 냈으니, 찬란한 문명을 만들어 냈다고 먼 후손들에게 회자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인류는 더욱 상상을 확장하여 서로 정신적인 교류를 이룰 수 있는 사상과 습관의 집합체인 문화를 만들어 냈다. 문화는 지식보다는 지성이 담당한 분야일 것이다. 아마도 지식과 지성은 문명과 문화의 차이를 대변할 수 있는 단어이지 않을까?

    요즘 들어 또 독일에서 제5차 산업혁명에 관한 구체적 사안들이 제안되고 있다. 듣기에 너무 타당하고 좋은 내용이라, 향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5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를 민간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시작할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이 제조공정을 극히 효율적으로 바꾸기 위함이라면, 5차 산업혁명은 바로 인간중심과 문명의 지속가능성이 새로운 핵심 포인트이다. 인간중심이란 것은 너무나 쉬운 개념이어서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지속가능성은 과학적으로 간단하게 물질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질량 또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어떻게 보면 잔인할 정도로 틀린 적이 없다. 과학과 기술은 다양한 물건과 제품을 만들어 냈고, 몇십 년 전만 해도 일반인은 꿈도 꾸지 못할 고가의 제품을 기꺼이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가 풍요로워졌다. 그런데, “한정된 자원을 마구 써 버린 것이 아닌가?”하고 과학자들은 걱정한다. 그래서 모든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 에너지 소비 저감을 위한 기술은 미래 후손들의 안정한 생활 영위를 위해 지속해서 개발하고 발전시킬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과학과 기술만이 모든 일의 해결 방법일까?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예를 들어, 우리들의 운전 습관을 한번 되돌아보자! 거의 수백 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우리 자동차의 연료 소모는 가속할 때와 감속할 때 주로 이루어진다. 에너지는 힘 곱하기 거리,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 그리고 가속도는 속도의 변화량이니 바로 우리가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밟을 때 힘이 세져 에너지도 커진다. 이때 어마어마하게 연료가 소모된다. 운전 시, 필요한 때가 아닐 때 급가속과 급정거를 자제한다면 1년에 적어도 수십만 원 이상이 절약될 듯하다. 이것을 우리나라 전체 차량수로 확장하면 운전 습관 바꾸는 것만으로 수조 원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왜 인간은 과학과 기술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들까?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지성과 새로운 에너지 저감 지식이 합쳐질 때, 우리는 이미 제5차 산업혁명을 이루어 낸 것이다.

    한승전 (한국재료연구원 특수합금연구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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