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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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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지역 대학의 위기 강 건너 불구경할 것인가- 김태준(마산대학교 기계자동차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09-11 19: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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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벚꽃엔딩’이라는 노래 제목이 대학가에서는 결코 낭만적인 단어가 아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라는 뜻으로 회자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마 하는 일이 결국 일어나고 말았다. 개교 45년 역사를 지닌 한국국제대학교가 지난 8월 31일부로 폐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경남지역에 대학이 문을 닫는 건 이번이 최초이다. 인근지역 대학의 폐교가 지역 대학의 미래를 보여 주는 것 같아 마음이 더욱더 착잡하다.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학생들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과 탈지방화 현상이 맞물리면서 지역 대학의 몰락은 가속화되고 있다.

    지역 대학이 문을 닫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지자체 인구감소, 지역 상권 몰락, 지역거점 기업 경쟁력 약화 등 지역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특히 지역거점 기업들은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려 있다. 인서울 후 졸업한 학생들이 다시 고향으로 오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설령 지역 소재 기업에 취업했다 하더라도 몇 년 버티지 못하고 다시 서울로 유턴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당연한 것이 친구가 서울에 있고, 놀거리, 즐길 거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설득할 명분이 없어 보인다. 이미 청년들에게는 고향 향수가 아닌 서울 향수가 되어 버렸다.

    인간이 자연재해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예측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금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고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어 예전보다 자연재해로부터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아직도 자연재해는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강력한 존재임에는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예측할 수 있음에도 무사안일, 복지부동으로 준비하지 않는 것이다. 대학의 위기는 어제오늘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이 아니다. 물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학구조조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고 실제 노력하고 있는 점은 잘 알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의 90%가 사학이란 점이 걸림돌이 되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 암 환자에게 건강보조식품을 먹여서는 병이 치유될 수 없다, 약간의 부작용이 있다 하더라도 강력한 항암치료제를 사용해야 한다.

    이제 대학의 문제를 대학에만 맡겨 두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대학, 지역 거점기업이 한마음 한뜻을 모았을 때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정부와 지자체도 지역소멸 위기 문제를 인식하고 지역 대학과의 협업을 통한 지역 학생들을 정주시키기 위해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사업,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사업 등 다양한 정책을 내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대학에서도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전공의 경계가 없는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이 정도의 노력으로 청년 세대의 탈지역화, 인서울의 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 생각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대학의 노력에 기업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을 다시 불러 내리기는 힘들어도 지역 대학 졸업자라도 지역에 정주시키려면 결국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여기에 기업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특히 고3 학생 때부터 지역에 정주하기 위해서 대학과 기업이 계약학과 운영 확대,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 확대, 산업체 인사의 교육 참여 확대 등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지역 대학의 졸업장이 곧 사원증이 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면 지역 대학의 소멸, 지방 소멸이라는 쓰나미를 연착륙시키고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한다.

    김태준(마산대학교 기계자동차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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