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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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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스포츠 인권을 말하다- 신석민(경남대학교체육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09-10 19: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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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날 인권은 사회를 통념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이는 인권에 반하는 현상들이 사회문제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체육계에서도 그러하다. 지난 6월 26일은 경주시청 철인3종경기 선수였던 고(故) 최숙현이 당시 22세의 나이에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지 3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그가 자살 직전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고 보낸 문자 메시지는 아직도 큰 충격과 분노로 남아 있다. 자신의 처지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물론 수사기관 등 여러 기관에 하소연하고 바로잡아주길 원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았다는 점도 경악할 만했다.

    그동안 체육계에서는 과정과 노력은 도외시하고 승리와 메달만을 최우선적 가치로 생각해 왔다. 구타와 폭력 등 반인권적 처사들이 기록과 승리라는 미명 아래 용납된 것도 부끄러운 사실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체육계는 1등만 살아남는 ‘승자독식’, ‘약육강식의 전쟁터’가 되고 말았다.

    체육 꿈나무들은 오직 ‘메달 사냥꾼’으로 길들여 왔다. 그들의 꿈에는 체육행정가, 체육교육자 등이 들어갈 틈이 없다. 오직 국가대표가 되고, 1등으로 시상대에 오르는 것 외에 다른 꿈이 있을 수 없다. 그러하기에 구타 및 폭력, 학습권 박탈 등은 그들을 메달 사냥꾼을 만드는 훌륭한 시스템(?)으로 여겨졌다. 이 시스템에서 발생되는 신체적·정신적인 상처와 트라우마는 패자(敗者)의 변명으로만 치부되고 말았다. 한마디로 인권은 찾을 수 없는 ‘짐승들의 사냥터’가 되고 만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과거의 관행으로 간과(看過)해서는 안 된다. 변화해야 한다. 승자독식의 체육에서 탈피해야 한다. 약육강식의 사냥터에서 승자와 패자가 어울리는 공존의 장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체육계의 구조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체육 지도자의 처우 개선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체육지도자들의 처우를 합당하게 개선하고,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 지도자들부터 승리지상주의에 매몰되지 않도록 보편적 복지가 작동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학교체육, 생활체육, 전문체육, 장애인체육이 따로국밥(?)이 아닌 상호 보완하며 발전하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체육계가 차별과 불평등을 위해 나눈 계층이 아니라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필요한 체계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올해부터 스포츠 기본법이 제정, 시행되고 있다. 스포츠에 관한 국민의 권리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정하고, 스포츠 정책의 방향과 그 추진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한 법률이다. 이제 기존의 잘못된 시스템을 버리고 올바른 시스템으로 갈아타야 할 시점이다. 메달 사냥꾼들이 설치는 사냥터가 아니라 몸과 정신이 생동하는 체육계로 변해야 할 때다. 한 사람의 체육인으로서 소망한다. 체육계에서는 더 이상 인권 유린이라는 낯 뜨거운 뉴스들이 보이지 않는 날이 오기를….

    신석민(경남대학교체육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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