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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나공간] 갤러리 문턱 낮춘 ‘김해 도슨트카페·갤러리’

갤러리 품은 카페… 도슨트 주인장이 안내하는 ‘예술 신세계’

  • 기사입력 : 2023-09-07 20: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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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슨트협회 부회장이자 작가인 대표
    관람객·신진작가에 ‘열린 공간’ 운영
    신청만 하면 누구나 전시·판매 가능
    커피 마시며 작품 감상… 아이도 환영

    세련된 카페는 문화공간으로 활용
    주기적으로 드로잉대회 열어 시상
    아트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
    미술작품 경매·도슨트 아카데미도


    미술 갤러리의 문턱이 말 그대로 턱 높이까지 높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눈으론 보이지만 내딛기 힘든 공간. 그 앞에서 긴 잠수를 앞둔 사람처럼 숨을 확 들이마신 적이 있다. 숨 참고 다녔던 갤러리는 정적이고 무거웠다.

    갤러리의 문턱이 높기는 신진작가도 마찬가지다. 예술의 가치가 남들에게 보여질 때 발현되는 것이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은 작가의 예술성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신진작가의 작품이 전시될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입에 귀결된 갤러리는 대체로 신진작가를 원하지 않는다.

    관람객과 신진작가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갤러리가 지난 6월 김해 진영에 만들어졌다. ‘도슨트카페·갤러리’란 명칭에서 느낄 수 있듯이 ‘카페’와 ‘도슨트(전시·행사 안내자)’는 갤러리의 문턱을 낮추는 촉매제가 된다.

    김해시 진영읍 ‘도슨트카페·갤러리’의 갤러리에 신진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김승권 기자/
    김해시 진영읍 ‘도슨트카페·갤러리’의 갤러리에 신진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김승권 기자/

    공간을 운영하는 이상형(41) 대표는 ‘프로 N잡러’다.

    김해에서 인테리어 목공업체를 운영하면서, 한국도슨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고, 지역의 청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 중 작가로 그를 보면 과거 서울에서 주얼리·악세사리 디자이너로 활동한 이력이 있고, 지금은 인테리어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유리폐기물로 작업하는 업사이클링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무명작가’라고 소개한다. ‘무명’은 갤러리를 운영하기로 결심한 배경이기도 하다. “신진작가들은 곧 이름 없는 작가예요. 태어난 적도 없는거죠. 그런 무명작가들의 고민은 모두 같더라고요. 제대로 된 전시장에서 제대로 기획된 전시를 하는 것. 그런 바람을 실현하고자 이 공간을 만들었어요.”

    갤러리는 ‘작가 친화적’인 전시를 표방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기획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9월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오픈전시 ‘마이그라운드 프로젝트’다. 누구나 신청만 하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한달간 열린다. 참가자도 일평생 서예가로 활동하다 70세가 넘어 서양화에 도전한 작가부터 2살 아이까지 다양하다.

    시민들이 김해 도슨트카페·갤러리에서 전시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시민들이 김해 도슨트카페·갤러리에서 전시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작가친화적인 요소는 작품 소개란에 절실히 드러난다. 작품·작가 이름과 설명을 비롯해 작가 개인 휴대전화 번호, 개인 SNS로 연결되는 QR코드, 작가가 측정한 판매가 등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방문한 전문가들이 작가의 작품이 마음에 들 때 갤러리와 접촉하는 게 아닌 작가와 직접 소통해 불필요한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배려다. 관람객들도 작가에 대한 또 다른 관심을 유발하게 만든다.

    카페 공간은 이 대표가 직각과 선이 강조된 유럽의 건물들을 모티브 삼고 전체를 오크나무로 디자인하고 작업한 고유의 결과물이다. 외벽부터 시작해 테이블 등 가구까지 작업하며 따뜻한 우드톤 컨셉을 유지했다. 곳곳에 위치한 이 대표의 업사이클링 유리작품도 은은한 빛을 보탠다. 카페는 지난달 한국임업진흥원이 주최한 ‘2023 목재 인테리어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예술성도 인정받았다.

    카페에서는 문화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이 주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한달 주기로 드로잉 대회를 열어 방문객들이 제출한 드로잉 작품들 중 우수작을 선정해 시상한다. 9월에는 9일 오후 4시부터 누구나 참가 가능한 미술작품 경매가 진행되며, 30일 오후 2시에는 도슨트 마술학교가 예정돼 있다. 이외에도 매주 토요일 아크릴화 원데이클래스와 아트마켓도 진행된다.

    특히 미술작품 경매 때는 작가가 직접 작품과 자신의 예술활동을 소개하는 자리도 가진다. 경매가 끝나면 작가들간의 소통시간이 마련되는데 경매 참가자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다.

    2층 회의실에서 작품을 보고 있는 시민들.
    2층 회의실에서 작품을 보고 있는 시민들.

    카페는 방문객들이 갤러리로 향해 관람객이 되는 과정이다. 이 대표는 인스타그램 사진을 찍기 위해 카페를 방문했던 사람들이 커피를 들고 갤러리를 돌아보는 모습을 보며 성취감을 느낀다.

    그는 개점 당시 관성적으로 갤러리 내에 테이블을 놓지 않았다. 스스로 문턱을 만든 것이다. 이후 갤러리 입장 방법을 묻는 한 방문객의 질문은 그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그때 당장 갤러리 안까지 테이블을 확장했고 아이들 방문에 대해서도 어떠한 제한과 우려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갤러리 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웃고 즐기길 꿈꾸며 공간을 가꾸고 있다.

    카페 내부 모습.
    카페 내부 모습.
    카페 외부 모습.
    카페 외부 모습.


    /인터뷰/ 이상형 대표

    “무명 작가들 조명하는 ‘마이그라운드 프로젝트’ 100회까지 이어갈 것”

    자신의 업사이클링 유리작품 앞에서 웃고 있는 이상형 대표.
    자신의 업사이클링 유리작품 앞에서 웃고 있는 이상형 대표.

    Q. 갤러리 전시 기획은 어떻게 결정하는지?

    경남의 청년작가 6명이 팀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전문 기획자는 아니지만 개인전 등을 해본 경험이 많아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고 있다. 전시기획팀은 저를 비롯해 김형준 경남청년작가협회 회장(한국화), 박지혜 김해청년작가협회 회장(한국화), 김민경 작가(서양화), 신용운 작가(모션그래픽), 박규현 작가(서양화)가 있다.

    Q. ‘마이그라운드 프로젝트’에 애착이 크다.

    무명작가를 조명하는 마이그라운드 프로젝트는 공간의 정체성을 모두 담은 기획이라 생각한다. 8월 진행한 첫 번째 마이그라운드 기획전에 3000여명이 관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관람객 반응도 좋았다. 물론 참가한 작가들도 만족감이 높았다. 개인적인 생각은 100회까지 장기적으로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앞으로 또 다른 기획 전시를 준비하는데 있어 초심과 같은 역할이 될 거라 생각한다.

    Q. 도슨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도슨트는 시민들이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안내자라 생각한다. 일반적인 미술전시 안내를 넘어 공연이나 국제행사 진행 등으로 확장성도 넓다. 카페에서 한국도슨트협회에서 진행하는 도슨트 아카데미도 진행한다. 교육을 통해 자격증을 발급받으면 전문 도슨트로 활동하게 된다. 공간에 도슨트가 있을 때에는 원하는 관람객에 한해 작품 안내를 해주고 있다.

    Q. 어떤 전시를 해왔고 앞으로 전시 계획은?

    6~7월 진행된 개관전은 경남·부산미협에서 활동하는 25명의 지역작가의 작품을 전시했다. 이어 8월 한 달간 오픈전시 ‘그라운드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고, 9월 2회째 기획전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7일부터 28일까지는 김해비엔날레 국제미술제 한국화 분야 전시를 하게 됐다. 도슨트 교육을 받으신 분들이 전문 도슨트로 활동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시즌에 맞춰 재밌는 기획을 준비 중이다.

    Q. 어떤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는지?

    신진작가들이 누구나 한 번쯤 전시할 수 있는 휴게소 같은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이곳에 모여 소통도 하면서 신진작가, 청년작가들만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길 바란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다른 이름 있는 갤러리 관장들이 이곳에 와서 신진작가들을 발굴하는 곳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또 커피를 마시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던 경험이 미술과 더 친해지는 계기로 이어졌으면 한다. 더 많이 노력하겠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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