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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이초 사태, 공교육 정상화 계기로 삼아야- 오인태(창원 남정초 교장·교육학박사)

  • 기사입력 : 2023-09-04 19: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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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이초 사태로 촉발된 교사 집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몇 가지 걱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처해서 이 글을 쓰는 이유다.

    비슷한 처지에서 동병상련하던 젊은 교사들이 스스로 모여 목소리를 내던 집회에 온 국민의 귀와 눈이 쏠리면서 이런저런 단체들이 개입하고 백가쟁명식의 문제 인식과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불행한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갈수록 진영논리로 갈리는 조짐마저 보인다.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교권과 학생 인권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서로 지지하고 보완해야 하는 관계인가, 아니면 대립적이거나 상충하는 관계인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에 근무하면서 3년 동안 ‘교육경남’ 편집주간을 맡았는데, 뒤표지 바깥면에는 매호 경남교육 정책 광고로 꾸몄다. 처음 몇 번은 이전에 만들어 놓은 광고를 쓰다가 나중엔 편집위에서 기획 꼭지의 주제로 광고 시안을 만들어서 실었다. 학생인권조례와 성평등 교육이 현안으로 떠오르던 때, 남녀학생을 모델 사진으로 해서 만든 광고 카피가 “학생 인권, 선생님들께서 지켜주십시오. 선생님의 교권, 우리가 지켜드리겠습니다”였다. 서로 지지하고 보완해야 할, 그럴 여지가 있음에도 학생인권조례가 불발한 것은 학생 인권과 교권에 대한 오해 탓이거니, 안타까웠다. 물론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 형편에서 밀어붙인 교육청의 실책도 돌아봐야 할 일이다.

    둘째, 교사와 학생, 학교와 학부모, 교장과 교사의 관계를 서로 뺏고 뺏기는, 제로섬 관계로 보는 시각이다.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 학교의 재량권과 학부모의 학교 교육 참여권, 교장의 관리자로서 권한과 교사의 인권은 서로 대립하거나 충돌할 수밖에 없는 갈등 구조인가.

    학폭, 아동학대 문제로 전국을 들썩였던 전임지 학교에서 줄곧 내 입장은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지켜라. 나는 그런 선생님과 우리 교육공동체 모든 구성원을 지키겠다’는 것이었다. 내부 기관의 지원도 교육과정 운영에 꼭 필요한 것만, 그것도 학교가 요청하면 지원해 주도록 조절했고, 언론과 외부 기관, 학부모들에게 오는 취재나 민원성 전화는 교장실로 바로 연결하라고 했다. 업무, 이른바 ‘잡무’는 감사를 나와서 왜 안 했냐고 추궁당할 일이 아니면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지금 학교에서도 그러고 있다. 요컨대 교사와 학생, 교장과 교사, 학교와 학부모는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역할 인식에 따라 제 본분을 다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를 회복하고, 구축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셋째, 사태가 길어지고 이런저런 단체들이 개입하면서 서로 문제 인식이 다른 만큼, 출구전략과 수습책에 대해서도 동상이몽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더 시간을 끌고 분분해져서 좋을 게 없다. 국회는 법률상 미비하거나 모순되는 부분은 개정, 또는 제정하는 법제화를 서두르고, 학교는 학교대로 교사, 학생, 교장, 학부모가 각기 역할 인식을 가다듬고 불합리한 시스템을 정비해서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교육공동체 구축에 나서야 한다.

    법과 시스템은 최소한의 조건이자 전제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공교육 정상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고인에 대한 가장 큰, 바람직한 추모이자 예의다.

    오인태(창원 남정초 교장·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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