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간이역] 키스- 김종미
- 기사입력 : 2023-08-24 0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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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찌개에 같이 숟가락을 들이대는 우리는 공범자다
말하자면 공범자란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숟가락에 묻은 너의 침도
반쯤 빨아먹은 밥풀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국물 맛에만 집중할 동안
오직 뜨거운 찌개가 있을 뿐이다
짜거나 싱거울 때도
우리는 숟가락을 잘 저어
이견 없이 간을 잘 맞추었다
어느 날 너의 숟가락이 보이기 시작할 때
식은 찌개에서 비린내가 훅 풍겼다.
☞ 사랑이란 “뜨거운 찌개에 같이 숟가락을 들이대는” 일이다. “숟가락에 묻은 너의 침도/ 반쯤 빨아먹은 밥풀도” 아무 거리낌이 없다. “국물 맛에만 집중할 동안/ 오직 뜨거운 찌개가 있을 뿐이다”
너의 입 안에 내가 있고 나의 입 안에 네가 있다. “짜거나 싱거울 때도/ 우리는 숟가락을 잘 저어/ 이견 없이 간을 잘 맞추”었으며 “공범자란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한 냄비 안에 같이 숟가락을 들이대면서도.
그러나 “어느 날 너의 숟가락이 보이기 시작할 때/ 식은 찌개에서 비린내가 훅 풍겼다” 삶의 비린내다. 우리는 늘 이렇게 식어간다. 뜨거운 찌개가 식어가는 동안 우리는 어느 순간에 너의 숟가락을 보게 되는가? 그 순간이 중요하다. - 성선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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