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5일 (일)
전체메뉴

[성산칼럼] 아이답고 어른답다는 말- 임성구((사)한국문인협회시조분과 회장)

  • 기사입력 : 2023-08-16 19:47:18
  •   

  • 골목길을 걷거나, 숲길을 걷거나, 바닷가를 걷는 것을 좋아한다. 천천히 혼자 걷는 것을 좋아한다. 걸으면서 생각에 젖는다. 골목길을 거닐 때면 집집마다 형성된 작은 화단에 자라는 꽃과 나무를 조용히 살핀다. 숲길을 걸을 때면 풍경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와 얼마만큼 오랜 시간 동안 서 있었는지…. 묵묵히 푸른 그늘을 만들면서 분노하거나 외로운 사람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쓰다듬어 주었는지…. 바닷가를 걸을 때면 주로 삶에 대한 희망을 생각한다. 거대하게 펼쳐진 수평선과 하늘을 바라보며 한 채의 섬이 있을 자리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섬처럼 굳건히 살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것일까?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서 극단적으로 치닫는 세상! 아이가 어른 흉내를 내거나 어른을 앞질러 가려는 세상! 어른이 아이만도 못한 세상! 교권이 무너지고, 인권이 무너지고, 공권력마저 무너지는 세상! 피해자보다 가해자가 더 큰소리치는 세상! 지금 우리 사회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일부 학부모들의 취학 전 교육열이 너무 과열돼 학교 교사에게 배울 게 없어지는 세상! 외부 전문 강사로부터 학생과 교사가 함께 배워야 하는 세상에서 교사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학생의 욕구와 학부모의 욕구가 많아져 과다한 민원이 발생한다.

    학생이나 학부모는 교사가 마치 신(神)이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닌가. 학생이나 학부모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지금 어떠한 대상이 신이 되어 모든 것을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학교에서는 교사가, 사회에서는 경찰관이나 소방관이나 유관기관 공무원이나 기업 대표나 여러 관계자, 나아가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하기를 바라면서 지극히 개인주의적, 지극히 집단주의적이어서 개인과 집단이 광장으로 몰려가 이기적인 주장만 내세우는 것은 아닌지, 한 번씩 생각해 볼 문제다. 이런 현상을 보고 듣고 자란 우리 아이들이 올바른 인격을 형성할 수 있을까?

    아이는 아이답게 건강하게 자라면서 좋은 꿈을 키워나가야 하고, 어른은 아이들이 좋은 꿈을 꿀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이것은 아주 기본적인 말이면서도 실천이 잘 안되는 부분이다. 모든 것이 스피드한 세상에서 인간이 사육당하고 있다. 집에서 강아지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키우지만, 우리가 그들의 사회적 애완동물이 되어버린 듯한 착각이 든다. 사람이 사람과 끊임없이 부대끼며 정붙이고 살아야 하는데, 너무 개인주의적으로 사회가 변하다 보니 사람이 개와 고양이와 휴대폰과 컴퓨터 게임, 디지털 AI시대의 애완동물이 되어가고 있다. 무분별하게 거친 말과 리얼리티한 폭력물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너무 창의인재적이고, 너무 민주시민적인 교육이어서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빠른 문화에 잘 적응하고 자연환경과 더불어 사람을 가까이하면서 인간애를 키워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야 부드러운 세상이 형성된다.

    어른은 아이의 버팀목이 되고, 정부와 정치는 국민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아이와 어른은 버팀목이 더욱 튼튼하게 잘 버틸 수 있도록 세상의 자양분이 되어야 한다. 자기주장만 너무 과하게 앞세우지 말고 곁을 바라보고 내주면서 진정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면서 존경과 존중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사회가 사람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가끔은 골목길을 걸으며 주위 환경을 돌아보고, 숲길을 걸으며 거친 마음을 가라앉히고,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더 높은 허공에 좋은 마음을 걸어두는 것이다.

    임성구((사)한국문인협회시조분과 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