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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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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소수를 존중하는 것은 스스로를 아끼는 행위- 이병문(사천남해하동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8-01 19: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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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에 나온 유명 맛집을 찾았다가 후회한 경우는 없습니까? 우연히 먹거리를 찾다가 주차장에 차가 많거나 긴 줄만 믿고 갔다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은? 살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하고, 어쩌면 이 같은 불편한 반복이 인생이 아니냐는 나이 든 이들의 말에 수긍할 것입니다.

    ‘다수를 믿었다가 발등을 찍힌’ 드물지 않은 사례는 맛난 음식뿐만 아니라 입소문을 탄 영화, 연극, 전시 등 예술작품이나 인기 책 등 기호에 따라 취향이 엇갈리는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30여년은 족히 됐을 것입니다. 130여 가구 공동주택 자치위원회에 잠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는 오늘처럼 경남도와 일선 시·군에서 모범답안으로 만든 자치규약이 없었습니다. 130여 가구지만 한 동(棟)짜리 건물이어서 엘리베이터 사용료나 공동전기료, 수선충당금 등을 배분하는 방식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한 동이지만 평형이 34평형부터 20평형까지 규모가 각각 달랐기 때문입니다. 평형별 대표를 뽑아 운영하는 탓에 34~29평형은 주민대표가 8명, 20평형은 2명에 불과했습니다. 가구별이냐, 평형별이냐 하는 분담방식 문제로 6개월 동안 자치위 위원 간 갈등을 겪었습니다. 표결로 하면 되지만 결과가 뻔하기에 지도부가 버텼고, 결국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빅딜로 ‘평형별 부과’로 결정됐습니다.

    이처럼 표로써 결정하는, 그래서 다수의 뜻을 좇는 다수결이나 다수주의는 불행하게도 종종 낭패를 겪게 됩니다. 다수가 맞거나 합리적이지만 ‘의사결정에 소수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다수의 의견에 맞추라고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현상’인 동조압력(同調壓力;Peer pressure)이 작동하는 것도 그중 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의사를 결정할 때 작용하는 힘은 명백한 압력이며 이는 결과까지 흔듭니다.

    다수주의 결정 방식이 맞지만, 그 결정이 옳지 않을 수도 있는 원인 중 이 부분도 한몫을 차지한다고 전문가들은 꼽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모든 사람이 다수의 편에 서거나 다수의 의견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때든 항상 소수는 있으며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누구든 그런 지위나 입장에 섰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혹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런 처지에 있을 가능성은 여전합니다.

    현재 사천시와 경남도가 가장 힘을 쏟고 있는 ‘우주항공청 특별법 제정’ 지연 등 국회에서 각종 입법이 논란을 빚는 가장 큰 이유를 꼽는다면 숫자의 힘과 논리 때문입니다. 횡포에 가까운 다수의 위력. 한때 대한민국 국회에서 다수당은 남자를 여자로 바꾸는 것을 빼곤 모두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권위와 염치를 스스로 던져버린 오늘날 국회는 모르긴 해도 여자를 남자로 바꾸는 입법도 가능할지 모릅니다.

    따라서 다수결에 따른 결정을 하더라도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자고 호소합니다.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나 행동은 결국 타인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언제나 나의 의견이 절대다수의 의견이나 입장이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나의 의견도 소수가 될 수 있고 궁극엔 오늘 존중하거나 인정해준 소수 의견은 훗날 다수 의견이 되거나 또 다른 나의 의견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름을 인정하면서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는 남이 아닌, 나를 위한, 나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행동 방식’입니다.

    이병문(사천남해하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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