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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파옹구우(破甕救友)-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7-25 19: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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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 중국에서는 가뭄에 대비해 마을마다 큰 항아리에 빗물을 받아 놓았다. 한 아이가 그 항아리에 빠져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모두 허둥대고 있을 때 다른 아이가 큰 돌을 던져 항아리를 깨뜨렸다. ‘자치통감’을 편찬한 송나라 유학자 사마광의 일화다. 옹기를 깨뜨려 친구를 구한다는 고사성어 ‘파옹구우(破甕救友)’ 유래다. 소중한 가치를 위해선 아까운 것도 과감하게 버릴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교훈이다.

    ▼‘사천 우주항공청’ 출범 계획이 국회에서 수개월째 발목이 잡혔다. 특별법을 논의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파행이 계속되자 장제원 위원장이 ‘파옹구우’의 승부수를 던졌다. 우주항공청 법안을 8월 통과시키면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공언했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3선이 맡아 ‘의원의 꽃’으로 불린다. 그는 지난 5월 말 선출됐다. 여야 대치로 대통령 국정과제 진척이 더디자 자리를 담보한 배수진을 쳤다.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분야 정책과 연구개발, 산업 육성을 총괄하는 미래산업의 보루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958년 설립했다. 2010년 이후엔 UAE,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전담 기구를 설치해 ‘우주 경제’에 적극적이다. 세계는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미래산업 선점에 투자와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한데 우리나라 정치권은 오히려 국가 발전에 걸림돌이 된 형국이다. 우물 안 개구리 정치다.

    ▼우주항공청 특별법 논의를 위해 전체회의를 소집한 날(26일)이다. 장제원 ‘벼랑끝 카드’ 시험대다. “2020년 경남에서 창출한 항공 분야 생산액은 3조7624억원, 우주 분야는 1764억원에 달한다. 우주항공청은 대한민국 미래이자 국토균형발전을 바라는 경남의 희망이다.”(최형두 경남도당위원장 성명) 국가 미래를 외면한 정치권 드잡이는 와각지쟁(蝸角之爭)과 다름이 없다. 달팽이 뿔처럼 좁은 곳에서 하찮은 일로 벌이는 의미 없는 싸움이란 얘기다. 공멸(共滅)의 길이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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