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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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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초록기자세상 특별기고] 우리는 마산삼진고 지구환경 지킴이

마산삼진고 교사 김미랑

  • 기사입력 : 2023-07-19 0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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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삼진고등학교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에 위치하고 있다. 마산삼진고 학생들은 2학년에 진학하면 프로그래밍·철학·환경의 3개의 교양 과목 중 1개를 선택할 수 있다. 현재 환경 과목을 수강하는 전체 학생 수는 87명으로 이는 2학년 전체의 60%가 넘는 숫자이다. 왜 이렇게 많은 학생이 환경을 선택했을까? 기자는 마산삼진고에서 환경 교과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이다. 수업 첫 시간에 물어보았다. 예상했던 것처럼 프로그래밍은 어려울 것 같아서, 철학은 지루할 것 같아서 차선책으로 환경을 선택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마산삼진고 2학년 학생들이 환경캠페인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답변과 함께 펼치고 있던 교과서를 덮으라고 지시하고 학생들에게 다시 물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의미있는 환경 수업이란 무엇이냐고. 학생들은 캠페인을 직접 해보고 싶다, 쓰레기 줍기를 해봐야 한다, 토론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등등 다양한 생각을 쏟아 냈다. 비록 일주일에 1차시라는 최소한의 시간이 주어지지만 1년이면 무려 34시간의 수업을 할 수 있다. 학생들이 제시한 모든 활동을 직접 해보기로 했다.

    각 반마다 다른 주제로 매달 1번씩 환경 캠페인을 전개했다. 점심시간, 가장 많은 학생이 모이는 장소인 급식소 입구에서 수업시간 중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식사를 끝내고 나오는 선생님을 붙잡고 어떤 캠페인인지,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곧잘 설명도 한다. 교내를 돌며 쓰레기를 주워보니 생각보다 구석이나 풀숲에 숨겨져 있는 과자 봉투가 많다. 처음에는 덥다, 습하다 투덜거리던 목소리가 이내 잦아들었다. 뿌듯하다는 생각과 부끄럽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 머릿속이 복잡해진 까닭이다. 학교에 매점이 없는 게 다행이라는 농담도 주고받는다. 환경과 관련 있는 책이나 영화 등을 감상한 후 이를 인포그래픽이나 카드 뉴스로 만들어 소개하는 활동도 했다.

    마산삼진고 2학년 학생들이 환경캠페인 준비(위) 후 직접 만든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마산삼진고 2학년 학생들이 직접 만든 환경캠페인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1학기 마지막 시간, 환경 수업이 어땠는지 그리고 2학기에는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등에 관해 첫 시간처럼 다 함께 의견을 나누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수업에서 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힘들기도 했지만, 그 어떤 수업보다 기억에 남는다는 말이 각 반마다 빠지지 않고 나왔다. 환경보호에 대해 막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천하는 것은 전혀 없었는데, 지금은 의식적으로 교실에 있는 전자기기의 전원을 끄고 있다며 자신의 활동을 자랑하는 학생도 있다.

    우리나라의 환경 교육은 초등학교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중등학교 교사들은 여전히 환경 교육의 방향에 대해 고민이 많다. 과감하게 제안하고 싶다. 교과서를 덮고 교실 밖으로 나가자고. 고등학교라고 해서 꼭 복잡하고 정교한 연구 활동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마산삼진고 교사 김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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