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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막말 정치- 이지혜(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23-07-16 19: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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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8년 김홍신 한나라당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은 너무 거짓말을 많이 해 공업용 재봉틀로 입을 박아야 한다”고 말했고, 2013년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의 후손’이라고 언급했다. 2023년엔 여당 대표가 야당을 향해 ‘불치병에 걸린 것 같다. 마약에 도취됐다’고 했고 야당은 여당에 일본 오염수 관련 ‘돌팔이 과학자를 불러다 발표했다’고 비난했다. 뿌리 깊은 정치권 막말의 역사다.

    ▼막말 정치는 한때 탈권위주의의 상징이면서 이에 환호하는 지지층을 집결시키는 도구였다. 그러나 오랜 세월 반복되면서 일부는 세 결집을 위해 지지층이 열광하는 막말에만 집중했고, 도를 넘어서는 막말을 통해 인지도나 몸값을 올리기도 했다. 노이즈 마케팅을 일삼는 여느 문제 유튜버나 다를 바 없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21대 국회 징계안 심사제도 실태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총 47건의 징계안이 제출됐고 대부분이 막말·망언 관련이다.

    ▼정치권서 범람한 막말은 급기야 ‘국민’을 덮친다. 지난 12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담당자는 “실업급여 받는 (여자)분 중에 해외여행 가고, 자기 돈으로 일했을 때 살 수 없는 샤넬 선글라스를 사든지 옷을 산다”는 막말을 내뱉는다. 세월호, 이태원참사로 가족을 잃은 국민을 향해 ‘장사한다’는 식의 막말도 서슴없다.

    ▼지난달 여야 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에 나서 막말을 뱉고 의석에서는 고성과 항의가 오가던 그 이틀간의 본회의장에는 민주주의와 대의정치를 배우러 강원도 홍천과 경북 울진에서 온 초등학생 참관객들도 있었다. 이 수준 낮은 현장을 정상적인 정치적 의사표현 과정이라 여겼을까 걱정이다. 무엇보다 의원들 스스로가 부끄러워해야 한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 의사당에 ‘청소년관람불가’ 딱지가 붙어서야 되겠는가.

    이지혜(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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