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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이랬으면 좋겠다- 이준희(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23-07-11 19: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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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년 전 일 때문에 스페인을 방문했다가 짬을 내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사전 지식 없이 동행한 일행의 권유로 찾은 미술관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3만 장이 넘는 티타늄 강판을 이용해 물고기 형상을 패러디한 50m 높이의 거대한 미술관을 처음 본 순간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아니 부러웠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1997년 미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미술관은 ‘기둥과 보가 없는 특이한 건축물’로 유명하다. 60t에 달하는 0.3mm 두께의 티타늄 3만3000개를 이어 붙인 미술관의 외관은 햇살이 비치면 물고기 비늘처럼 빛났다. 이런 감동을 혼자만 느끼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20세기 초 철강, 화학공업, 조선산업 등 유럽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에서 문화예술도시로 탈바꿈한 빌바오시. 한 해 100만명이 넘는 관람객들로 완공 5년 만에 3000억원의 건축비를 회수한 구겐하임미술관은 전 세계인들이 찾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 이렇게 서론을 장엄하게 늘어놓는지 무척 궁금할 것이다.

    지난 7일 경남의 문화예술을 대표할 수 있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과 경남도립미술관장 두 수장이 뽑혔다. 경남도립미술관은 김종원 전 관장이 지난 3월 초 임기 만료로 물러난 지 4개월여 만에,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김영덕 전 원장이 지난 2월 말 물러난 지 5개월 만에 뽑혔다. 이 기간 동안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을 누가 맡느냐’, ‘도립미술관장은 누가 되느냐?’ 이 두 자리를 놓고 문화계가 참 많이도 술렁거렸다. 여러 인사들의 이름이 후보로 입에 오르내렸고 무성한 말들이 오갔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지난 3월 채용 공고를 내고 후보자 접수를 받아 서류·면접심사를 진행했지만 해당자가 없어 재공모를 통해 새로운 후보를 접수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직에 걸맞은 능력과 검증 과정은 꼭 필요하니 해당자가 없으면 이런 절차를 겪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꼼수와 무리수로 인한 값비싼 기회비용을 도민에게 치르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경남도립미술관장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어렵게 관문을 통과한 만큼 두 수장에 바라는 도민들의 기대도 크다. 신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문예진흥원 이전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진정 도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경남문화예술진흥원 10주년을 맞아 경남의 문화예술 정책 방향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지, 그리고 10년 후의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모습을 새롭게 정립하는 리빌딩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도의회 인사검증 과정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전문성 부족을 공부를 해서 채우겠다고 답한 만큼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알박기 인사’라는 오명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경남도립미술관 또한 지금의 모습보다는 ‘이웃 같은 친근한 미술관’, ‘신바람 나는 미술관’, ‘개방적인 미술관’으로 거듭나 도민들에게 새롭게 다가서야 한다. 변해가는 시대에 맞춰 관람객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이들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하고 관람객들을 맞을지 고민해야 한다. 관람객이 없는 경남도립미술관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진실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이준희(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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