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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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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처부모 묘를 극진히 돌보는 사위

  • 기사입력 : 2023-06-23 08: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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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 재 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경상북도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水島里)에 있는 무섬마을은 안동의 하회마을과 예천의 회룡포마을, 영월의 선암마을 및 청령포마을과 함께 마을 삼면이 물로 둘러싸여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물돌이 마을이다. 물돌이라는 것은 강이나 시내가 마을 바깥쪽을 휘감아 도는 형태를 말하는데, 위에 서술한 마을에서 영주 무섬마을과 예천 회룡포마을은 물돌이 마을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경이로운 마을이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마치 포위하듯이 무섬과 회룡포마을을 둘러싸고 있어 자연의 신비로움에 대한 경탄과 함께 하천에 의해 지기(地氣·땅기운)가 갈수록 강해지면서 생기가 충만한 곳이 됐음을 알 수 있다. 무섬마을 입구에서 차량으로 3분 거리에 의뢰인이 감정을 요청한 처부모의 묏자리가 있었다. 주산(主山·뒷산) 주변은 놀개미골, 아랫마을골, 질고개골 등의 지명이 붙은 것을 볼 때, 습하고 돌이 많은 곳임을 짐작할 수 있는데, ‘골’이란 산과 산 사이에 움푹 패어 들어간 곳을 뜻하기 때문이다. 묘는 산을 뒤에 두고 물(내성천)을 앞에 둔 배산임수의 지형을 갖춘 곳에 위치해 있어 기본적인 틀은 갖추었다. 그러나 이렇게 골이 많은 터는 점혈(占穴·묏자리를 잡음)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물이 차거나 돌이 많은 땅에 안치를 하게 되어 집안에 우환이 생길 수가 있다. 처갓집에 걱정거리가 자주 발생하자 사위인 의뢰인이 처부모의 묘를 잘못 써서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어 감정을 받아봐서 만일 자리가 나쁘다면 이장(移葬)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조 전통장례 풍속에 의하면, 묘의 상태를 파악한 연후에 취할 수 있는 방식으로 면례(緬禮)와 이장이 있다. 면례는 안장한지 십여 년이 지난 후 길일을 택해 시신과 광중(壙中·시신이 놓이는 무덤구덩이)의 상태가 좋으면 주변을 잘 정리하여 다시 그 자리에 묻고 그렇지 않으면 이장을 하는 것을 말하며, 이장은 시신과 광중의 상태가 좋든 나쁘든 간에 이미 정한 장소에 옮겨 새로이 묘를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처부모 묘는 비록 땅을 파서 시신을 들여다보지는 않지만 감정을 한 연후에 흉하면 이장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두는 것이기 때문에 면례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묘는 다행히 주산의 기운이 뻗어 내린 용맥(龍脈·산줄기)의 측면인 산기슭(산비탈의 아랫부분)에 있어 무해지지(無害之地·해가 없는 보통에 속하는 등급의 땅)에 속하기 때문에 이장할 필요가 없기에 묘에 대한 기우(杞憂)는 버리라고 했다. 그러나 묘 가까이에 식재한 대추나무와 소나무는 땅기운을 손상시키고, 햇빛을 가려 묘에 이끼를 끼게 하므로 없애라고 했으며 묘 앞쪽은 빗물이 고이지 않도록 배수로를 조성하게 했다. 또한 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실질적인 주산은 산비탈이기 때문에 경사가 심한 위쪽은 자연 월령(흙을 쌓아 두른 것)이 되므로 성토할 필요가 없지만, 좌우측에서 때리는 흉풍과 빗물을 차폐시키기 위해서 묘의 좌우측에는 월령을 조성하도록 했다. 이런 월령이 좌청룡(좌측산)과 우백호(우측산) 역할을 하게 된다.

    묘 주변을 잘 살펴보면 박환(剝換·암석에서 고운 흙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잘 된 데가 있다. 이런 곳에서 길지(吉地)를 찾게 되므로 좋은 묏자리를 구하려면 먼저 나무뿌리가 드러난 곳이나 파인 흙의 상태를 자세히 살펴야 한다. 좋은 흙이란 마사토 또는 마사토와 진흙이 적절히 섞여있는 흙을 말한다. 흙이 좋으면 시신이나 골분(骨粉)을 자연으로 평안하게 돌아가게 한다. 좋은 흙은 돌과 나무뿌리와 수맥이 없는 흙이므로 자연히 두툼하게 쌓인 흙으로 인해 생기가 모이게 된다. 이를 ‘토비즉 기후(土肥卽 氣厚·땅이 살이 찌면 기가 넉넉함이다)’라 한다. 대체로 산기슭에 있는 묘는 무득무해(無得無害·득得도 해害도 없음)하므로 이장을 할 필요가 없긴 하지만 땅속의 상황은 알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현장에서 감정을 거쳐 판단하는 것이 좋다. 내 몸(시신, 골분)이 어떤 이유(돌, 나무뿌리, 수맥)로 인해 아프면 주변의 형국(주산, 좌청룡, 우백호, 안산, 조산 등)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전혀 소용없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사주명리·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mail : ju46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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