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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2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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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성분’ 믿고 발랐는데… 거뭇거뭇해진 얼굴 기미·잡티 아니래요

[건강] 색소성 접촉 피부염 ‘릴흑피증’
천연 염색제 ‘헤나’ 부작용으로 잘 알려진 질환
최근 검증되지 않은 화장품 부작용 사례도 늘어

  • 기사입력 : 2023-05-15 08: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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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연 염색제로 유명한 헤나의 부작용으로 TV 등 매체에 알려져 익숙한 분들도 있는 질환이 있다. 바로 ‘릴흑피증’. 릴흑피증은 1917년 독일에서 첫 보고가 있었을 정도로 알려진 건 오래되었지만 지금도 정확한 원인과 치료방법은 규명되지 않았다. 색소성 접촉피부염의 하나로 보고 있으며, 주로 천연염색제인 헤나의 부작용으로 알려져 있는데 헤나는 인도에서 유래하여 Lawsonia inermis 라는 식물의 잎으로 만들며 Lawson이라는 색소성분이유효 성분이며, 염색 시간을 줄여주고 발색을 위해서 사용하는 PPD(Para-Phenylenediamine) 라는 첨가제가 주로 사용된다.

    색소성접촉피부염은 말 그대로 어떠한 알레르기 유발 요인에 의해 색소침착을 보이게 되는 접촉피부염을 말하는데 헤나의 색소성분이나 PPD가 알레르기 유발 요인으로 생각된다. 이뿐 아니라 다양한 천연물질 혹은 화학물질에 의해서도 유발되는데, 알레르기 유발 요인은 개인마다 매우 다양해서 특정 물질을 꼽기는 힘든 실정이다.


    유발요인에 노출 후 처음에는 단순히 얼굴이 가렵거나 붉어지는 등의 알레르기 피부염의 형태로 시작되는데 이후 점차 진행되어 혈관이 늘어나 보이고 색소침착이 일어난다. 이는 주로 헤어라인과 이마, 광대, 관자놀이에 심한 양상을 보인다.

    색소침착의 양상도 기미처럼 띠를 이룬다기보단 아주 넓은 그물모양의 회색 혹은 적갈색의 얼룩덜룩한 색소를 볼 수 있는데 진행이 급격하다기보단 천천히 만성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색소를 단순한 기미로 착각하여 내원이 많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릴흑피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된 우리나라 논문을 몇 개 살펴봐도 발병 후 내원까지 보통 2·3개월 넘어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필자도 실제로 환자들과 만나 문진을 해보면 내원까지 주로 2·3개월 이상 걸리는 분들이 많고 1년 넘어 단순히 ‘낯빛이 어둡다’ 정도의 주 호소로 방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발병 자체가 워낙 만성적인 만큼 발병 후 인지되는 시간까지 괴리가 있고 그만큼의 시간 동안 헤나든 화장품이든 어떤 유발요인에 계속 노출되며 피부는 계속 염증에 시달리는 등 악순환의 고리가 돌아가고 있어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진다. 그리고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접해보면 요즘엔 헤나로 인한 릴흑피증보다 헤나 이외의 물질로 유발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몇 년간 헤나 부작용에 대한 매체의 보도로 인해 헤나에 대한 주의가 늘어나 헤나로 염색하는 사례가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헤나 이외의 물질로 릴흑피증이 생겨 오는 환자분들을 문진했을 때 주로 말씀하시는 것들은 기능성 화장품류나 피부관리실에서 사용하는 제품 같은 것들이다. 명확히 어떤 제품을 특정하긴 힘드나 요즘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철저히 시험되지 않은 제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실이다.

    미백에 좋다거나 피부 결에 좋다거나 하는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발랐다가 만성적인 접촉성피부염이 오고 그 후 릴흑피증 양상으로 진행되어 병원에 내원하게 되는 경우를 요즘 많이 보게 된다.

    내가 릴흑피증이 생기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위에서도 말했듯이 어떤 제품을 바른 후 피부염의 증상이 처음 생긴다. 얼굴이 빨갛게 되고 가렵고 건조하며 각질이 일어나는 등 염증 소견을 보이게 되고, 그 후 점점 피부빛이 적갈색으로 변하며 늘어난 혈관과 색소침착을 볼 수 있다. 이는 주로 이마, 관자, 광대 등 헤어라인을 따라 진행하며 심할 경우 목까지 색소침착을 보이게 된다.

    초기의 피부염 상태일 때 빠른 진료 후 염증의 고리를 빨리 끊어주면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어 예후에도 매우 유리하다.

    조금 더 깊이 파고들어 조직학적인 소견을 살펴보면 표피세포의 염증, 표피 기저막의 붕괴, 늘어난 혈관 및 혈관주위 염증세포 침윤, 진피층에서 관찰되는 색소 등을 볼 수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단순한 표피의 색소침착을 넘어 표피와 진피의 경계가 무너지고 진피로 색소가 깊게 침착되어 생기는 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치료 또한 단순한 색소 치료로만은 한계가 있고 다양한 치료가 필요한데 염증의 고리를 끊기 위한 투약이 필요할 수 있고 이 외에도 다양한 레이저를 통해 각각의 증상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가 확립되지 않았지만 주로 색소 치료를 위한 큐스위치엔디야그가 필수적인데 중등도 이상의 출력으로 부작용 적게 치료하기 위한 인라이튼 피코레이저나 진피층에 깔린 색소를 부드럽게 제거하기 위한 스펙트라 레이저가 주로 쓰인다.

    또한 늘어난 혈관을 제거하기 위해 혈관레이저인 엑셀브이를 사용하기도 하며 무너진 표피-진피 장벽을 개선하기 위해 제네시스 레이저나 시크릿,포어타이탄 등의 바늘고주파 치료를 동반한다. 또한 계속 유발되는 염증 후 색소침착을 방지하기 위해 트라넥삼산을 복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치료를 상태에 따라 2주 혹은 한 달 간격으로 진행하게 되는데 치료 전 상태에 따라 비교적 이른 시기에 치료를 진행하게 되면 좋은 예후를 보이고 치료가 늦어지게 되면 일 년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치료하는 과정도 간단하지 않고 이미 어두워진 피부로 인해 환자 개개인의 일상생활에도 크게 지장이 있는 만큼 얼굴에 바르는 제품은 최대한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검증된 것만 사용하는 습관이 필요하겠다.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기술한 다양한 염증화 반응이 있을 땐 늦지 않게 병원에 방문하여 진단을 받고 초기에 치료적인 중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

    이준희 기자

    도움말= 서동욱 다니엘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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