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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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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돝섬과 시인- 임성구(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 기사입력 : 2023-02-23 19: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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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음이 녹아내리는, 꽁꽁 언 겨울이 녹아내리는, 더 꽁꽁 얼어붙었던 우리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연둣빛 바람이 불어오는 우수절(雨水節)에 3·15해양누리공원을 산책하며 돝섬을 바라본다. 큰 발로 한 번 껑충 뛰면 닿을 듯한 조그만 섬이 눈앞에 떠 있다. 그 옛날 시인이 사랑한 섬이 하나 떠 있다. 마산에서 나고 자라면서 서정(抒情)을 노래하며 가슴으로 품어줬던 섬이 하나 떠 있다. 섬의 정상에는 그날처럼 마산만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노산의 ‘가고파’ 시비(詩碑)가 묵묵히 서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김주열 열사의 동상과 그날의 역사를 기록해 놓은 비문이 새겨진 마산 3·15해양누리공원을 많은 생각과 함께 느긋느긋 걷고 있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 어린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 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가고파’ 10수 중 2수-

    노산 이은상 선생이 1932년 1월 5일 서울 행화촌에서 쓴 ‘가고파’는 간절함과 애틋함이 묻어 있는 사향(思鄕)의 노래다. 만선의 배 위에 물새가 나는 서정적인 마산에서 1960년 3월 15일 정·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유당 정권이 자행한 부정선거와 정경유착에 대한 항의에서 시작하여 경찰의 발포로 해산되었으나, 4월 11일 중앙부두에서 김주열 군이 미국제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시신으로 발견됨에 따라 학생과 시민들은 2차 시위로 이어졌다. 마산 3·15 의거는 4·19로 가는 도화선이 되었다.

    다시 시인의 노래 ‘가고파’를 흥얼거린다. ‘민주화운동’을 지켜본 선생은 얼마나 애달팠을까. 당신이 읊조린 노래에 핏빛 얼룩의 역사라니 얼마나 통탄했을까. ‘고향 생각’ ‘옛동산에 올라’ ‘봄처녀’ ‘그리움’ 등 서정의 노래와 함께 ‘ㄹ자’ ‘고지가 바로 저긴데’ ‘조국아’ ‘너라고 불러보는 조국아’ 백범 선생을 그리워하며 쓴 ‘목이 그만 멘다’ 등 말로 형용할 수 없이 애국하는 시인이셨다. 올해 선생의 탄생 120주년이다. 마산은 반드시 노산 이은상을 재조명해야 한다.

    임성구(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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