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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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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칼럼] 근심 많으면 불면… 저녁 산책 좋아

김홍윤(한의학 박사·창원 바른몸한의원장)

  • 기사입력 : 2023-02-20 08: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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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면(不眠)에 시달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불면증(不眠症)으로 치료받는 환자만도 연간 68만4560명(2021년 기준)이다. 지난해 말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2013년 교황직에서 스스로 사임한 배경에는 불면증이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 한다.

    불면(不眠)을 한방에서는 양산재외(陽散在外)라 한다, 낮에는 기운(氣運)이 밖으로 활동하고, 밤에는 안으로 들어가 잠을 자게 된다. 기운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 할 때 잠을 못 자게 된다, 이를 양산 재외(陽散在外)라 한다. 기운이 흩어져 밖에 있어 잠을 못 자는 것이다.

    불면은 꿈과 상당히 연관성이 있다, 꿈과 불면은 둘 다 기운이 밤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인데 그 정도의 차이가 있다. 생각을 많이 하여 정신을 많이 써서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되면 밤이 되어 기운이 안으로 잘 들어가지 않는다. 설령 기운이 안으로 들어가더라도 마음에 생각의 자취가 남으면 꿈이 된다.

    우리의 마음은 거울과 같아서 대상이 없으면 깨끗한 상태로 있다, 그런데 “좋은 물건을 사고 싶다” 등 무슨 생각에 집착 하여 너무 빠지게 되면 그 자취가 남게 된다. 마치 영화관의 스크린 처럼 영화가 끝나면 백지인데, 자취가 남아 나타나는 것이 꿈이다. 그런데 기운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흩어져 있으면 잠을 못자게 된다. 하여 불면의 치료법은 밖에 흩어진 기운을 모아서 안으로 들어가게 하면 된다.

    정모(62세·남)씨는 내원 당시 “잦은 소변에 머리가 맑지 않고, 잠을 잘 못자 고생 한지 오래 되었다”고 하였다. 자세히 살펴본 결과 사려(思慮:깊이 생각하고 근심 염려함)와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사려로 인해 흩어진 기운을 거두고 위로 뜨는 기운을 밑으로 내려주는 처방을 하였다. 마음을 편안히 하며 울체(鬱滯:공기 따위가 막히거나 가득 참)된 기운을 푸는데 도음이 되도록 저녁 산책을 권하였다. 불면이 심하고 오래 시달려서 치료 기간이 상당히 소요되었다.

    우리의 삶을 한번 뒤돌아 보는 것도 필요하다. 잠을 못 자는 사람은 생각이 많아 정신을 많이 쓰는 사람이다. 마음을 많이 쓰지 말고, 편안하고 담담하게 비우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이 것이 불면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지름길이다, 우리 몸도 튼튼하게 한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되어 불면뿐만 아니라 만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恬憺虛無, 眞氣從之, 精神內守, 病安從來’(염담허무, 진기종지, 정신내수, 병안종래)라 하였다. ‘마음을 편안히 하고 담담히 하며, 잡념을 비우고 없애면 진기가 순조로와서 정신이 안에서 지키고 있으리니 병이 어디서 좇아오겠는가!’

    김홍윤(한의학 박사·창원 바른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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