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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고향사랑기부제-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1-04 19:3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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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은 존재의 근원이다. 누대(屢代)에 걸쳐 조상의 뿌리가 이어지는 곳이다. 노자의 가르침에 ‘인법지(人法地·사람은 땅을 본받음)’라는 말이 있다. 산천지세는 꿈을 키우고 특유의 기질을 다듬었다. 바람과 흙과 물이 빚어낸 산물(産物)은 육신과 영혼의 자양분이 됐다. 특히 세월이 지나도 또렷이 각인된 입맛은 무의식에도 기억을 더듬어 찾아갈 나침반이다. 고향은 원초적 이끌림이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정지용. 향수)란 시구처럼 가슴 깊은 곳 애잔함이다.

    ▼고향을 떠나면 이향(離鄕), 잃으면 실향(失鄕)이다. 타향에서 고향을 그리는 시름은 향수(鄕愁), 객수(客愁)라고 했다. 고향에 돌아온 것은 귀향(歸鄕), 낙향(落鄕)이다. 객지에서 고향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상황에 따른 다양한 표현으로도 한국인의 고향에 대한 애틋함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예전같은 생물학적이고 인류학적 고향의 의미는 옅어졌다.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세대가 늘면서다. 갈수록 저출산 고령화와 수도권 인구 집중화는 지방소멸을 가속한다. 산업연구원이 인구 증감률, 1인당 GRDP 등 6개 지표로 ‘K-지방소멸지수’를 개발하고, 전국 228개 시·군·구를 조사한 결과 ‘소멸위기지역’ 59곳 중 경남은 9곳에 달했다. 전남(13곳)·강원(10곳)에 이어 전국 3번째로 많다.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 지자체에 재정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올해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다. 개인이 고향 등에 기부하면 일정 비율을 세액공제하고 지역 농산물 등 답례품을 주는 제도다. 지방정부는 재원을 확충할 수 있다. 제도 시행 이틀 만에 함양군 1185만원, 의령군 1051만원 등 인구 2~3만여명에 불과한 군 지역이 도내 모금액 1·2위를 차지했다. 추억 서린 고향이 사라질까 염려하는 출향인의 안타까운 마음이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위기의 고향을 살리는 마중물이 됐으면 한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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