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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민원인 vs 국민-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1-03 19: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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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쳐 썼으면 하는 말이 있다. 민원인이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정기관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에 대해 개선과 해결 등을 요구하는 민원은 너무나 당연한 국민의 권리이다. 권리인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거나, 정책 방향의 수정을 주장하는 사람을 민원인이라고 통칭하는 것은 그 문제를 주장하는 시민, 즉 주권 국가의 주인인 국민에 대한 이름으로는 조금 어색하다는 느낌이다.

    ▼변호사와 변호인의 뉘앙스 차이라고 할까. 우리 사회 각종 갈등의 큰 원인이 높은 권리 의식에 못 미치는 각종 언어 씀씀이 때문이 아닐까 싶어서 더욱 그렇다. 나의 존재는 반드시 인정받거나 존중돼야 하는 반면에 마주 앉은 상대방은 깔아뭉개거나 짓밟아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언어 프레임. 존재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뛰어넘어 적의가 가득 담긴, 때론 섬뜩하기까지 한 논평이나, 또 그런 결과에 호응하는 ‘상실된 집단 지성’ 시스템.

    ▼행정자치부는 민원인 응대 매뉴얼을, 법제처는 관련 법을 각각 운용하고 있다. 정부 시스템의 핵심은 공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주인의 민원을 잘 응대하고 처리하라는 것이다. 정부 매뉴얼에는 언어 사용까지 예시하고 있다. 평어도 금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민원인이라고 칭하고 있다. 매뉴얼에 있는 민원인이라는 단어를 빼도 문장이 성립하고, 이를 국민으로 대체하면 더욱 읽기가 쉬운데도.

    ▼민원은 국민의 권리이다. 공무원이 듣기에 불편한 소리를 하는 사람, 즉 민원인은 권리를 깨우쳐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깨어있는 국민이다. 따라서 민원은 있지만 민원인은 없다. 또 국민이 민원을 스스로 줄일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이 같은 인식을 가지고 일할 때 비로소 민원이 줄고, 민원인이라는 단어가 사라질 것이다. 참 역설적인 현실이다.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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