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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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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인공심장박동기

이재광 (창원파티마병원 심장내과 과장)

  • 기사입력 : 2022-10-24 08: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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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이 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심장을 흔히 자동차 엔진에 비유하는데, 엔진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휘발유라는 에너지가 필요하듯이 심장도 혈액이라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한 가만히 있는 심장을 뛰도록 신호를 주는 적절한 전기자극이 필요하다. 피부에 전기가 닿으면 찌릿찌릿하듯이 심장에도 전기가 통해야만 박동할 수 있다. 즉, 심장이 뛰기 위해서는 에너지 공급과 더불어 적절한 전기자극이 필수적인데, 이 둘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심장이 제대로 뛸 수 없게 된다.

    심장의 전기체계는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전력발전소에서 각 가정으로 전기가 공급되듯이, 심장에도 전기를 만들어내는 자체 발전소가 있고, 여기서 만들어진 전기는 심장에 깔린 전선을 통해 배달된다.

    심장의 전기체계에 생기는 문제는 크게 2가지인데, 전기가 만들어지지 않거나, 전기는 적절히 만들어지는데 전선에 문제가 있는 경우이다. 그 원인으로는 급성심근경색, 전해질 이상(특히 칼륨 증가)도 있지만, 발전소와 전깃줄을 수 십 년간 오래 사용함으로써 낡아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경우가 더 많다.

    전기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심장이 적절히 뛸 수 없게 되어 호흡곤란, 가슴의 답답함, 어지럼증 등의 증상의 발생하고, 심할 경우 의식을 잃거나 급사할 수도 있다.

    이들 이상 여부는 심전도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전기체계에 문제가 생겼다 하더라도 급성심근경색이나 전해질 이상으로 인한 경우에는 이들을 치료해주면 다시 정상적인 전기체계로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발전소와 전깃줄의 노화로 인해 생긴 경우라면 치료법이 오직 인공심장박동기 밖에 없다. 즉, 노화된 발전소와 전깃줄을 대신할 인공장치물을 삽입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치료법을 심장박동기 삽입 시술이라 하는데,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점점 시술 건수가 많아지고 있다.

    심장박동기는 본체와 전깃줄로 구성되어 있는데, 본체는 일종의 컴퓨터이자 배터리 역할을 하며, 전깃줄은 심장이 뛰는지 안 뛰는지 감시하고, 뛰지 않으면 뛰도록 자극을 준다. 전깃줄의 한쪽끝은 본체에 연결되고, 반대쪽 끝은 심장 안에 고정되며 보통 2줄을 넣는다. 이러한 과정을 위해 왼쪽 가슴을 7㎝ 가량 절개하게 되며, 본체와 전깃줄을 삽입하고 피부를 봉합해주면 시술은 끝나는데 대개 1~2시간가량 소요된다. 모든 장치들은 몸 안으로 들어가므로 밖에서 봤을 때는 알 수 없으며, 시술은 전신마취가 아닌 부분마취로 시행된다.

    배터리는 대개 10년 정도 쓸 수 있으며, 1년 마다 정기적으로 박동기 점검을 시행하여 잔량이 얼마 남지 않게 되면 새 배터리로 교환해야 한다. 삽입 후에는 발전소와 전깃줄의 문제로 발생했던 증상들은 모두 사라지게 되며, 일상생활 및 운동, 샤워나 목욕을 한다 해도 지장이 없다.

    요즘에는 전깃줄이 없이도 작동하는 심장박동기도 개발되어 일부 환자군에 삽입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 경우 본체는 우심실 안에 위치하게 되므로 본체가 들어갈 주머니를 만들 필요도 없고, 전깃줄을 삽입할 필요도 없어 기존 시술보다 짧게 30여 분만에 끝난다. 또한 가슴에 상처가 전혀 남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재광 (창원파티마병원 심장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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