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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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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걷는 즐거움- 주재옥(편집부 기자)

  • 기사입력 : 2022-10-18 19: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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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책하는 길에서 철학의 아이디어를 얻곤 했던 프리드리히 니체, 홀로 떠나는 도보 여행이야말로 최고의 여행 비법이라 예찬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 걸어 다니며 제자를 가르쳤던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오래 전부터 걷는다는 행위는 자기 자신을 갈고닦는 사람들의 원초적인 구도(求道) 행위였다.

    ▲인류는 약 420만년 전부터 걷기 시작했다. 직립보행의 근거는 인류의 조상으로 여겨진 루시보다 무려 100만년 앞서 존재했던 아르디(Ardi)다. 아르디의 뼈 화석은 1992년 에디오피아에서 발견됐다. 이 뼛조각을 복원한 결과, 1.2m 키에 54㎏이 나가는 성인 여성으로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엄지발가락은 다른 발가락과 마주보는 형태였고, 발 측면에는 땅을 미는 이족보행에 적합한 관절이 있었다. 이를 통해 두발로 직립보행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인원이 인간으로 어떻게 진화됐는지 보여주는 연결고리”라고 설명했다. 인류의 걷기는 수백만 년에 걸친 세월이 빚어낸 도전과 노력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다비드 르 브르통은 책 〈느리게 걷는 즐거움〉에서 걷기의 본질과 매력을 이렇게 표현했다. “걷기는 나다워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길을 걷는 사람은 잠정적으로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던진다. 더는 자신의 신분이나 사회적 조건, 타인들에 대한 책임감에 파묻히지 않는다. 걷기는 자신의 역사와 잠시 휴지기를 갖고 길의 유혹에 빠져들게 한다.”

    ▲실외 마스크 의무가 2년여 만에 해제되면서, 모처럼 가을의 청량한 내음을 마음껏 맡을 수 있게 됐다. 리베카 솔닛은 〈걷기의 인문학〉에서 “마음은 풍경이고 보행은 마음의 풍경을 지나는 방법”이라고 했다. 걷는 것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이야말로 진짜 나의 모습에 가깝다. 오늘만큼은 동네 한 바퀴 산책하며, 평소 잘 돌보지 못한 나 자신을 다독여보자. 보이지 않던 내면의 풍경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주재옥(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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