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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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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대한민국 모두가 응원하는 길- 윤재환(의령예술촌장)

  • 기사입력 : 2022-08-23 20: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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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도보여행을 할 때 철칙이 있다. 도로를 따라 걸을 때 마주 오는 차량에게 손을 흔드는 것이다. 안전의 색인 빨간색 손수건을 손목에 감고 흔든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차가 오면 손을 흔들도록 배운 것을 지켜가고 있다. 도로를 따라 걸어갈 때는 차가 오는 방향으로 마주 보고 걸어야 한다. 그렇게 걸어가면서 마주오는 모든 차량과 오토바이와 자전거, 경운기 등 농기계를 몰고 오는 분에게도 손을 흔든다. 같이 손을 흔들거나 거수경례를 하거나 엄지 척을 하기도 하고 빵빵 경적을 울려주기도 한다. 이렇게 손을 흔드는 것은 나를 향해 공격적으로 다가오는 자량을 방어적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즉 내가 먼저 손을 흔들어 주면서 나의 안전을 보장받는 방법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감동의 기운을 주는 사람도 많다.

    순례자 숙소로 안내해서 하룻밤 편안하게 재워주기도 하고, 옆자리에 앉으신 분이 텔레비전에 나와야 할 사람이라며 식사를 제공해 주고, 카페로 데리고 가서 맛나는 커피를 사주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엄지 척을 해 주신 분이 다시 되돌아와서 초콜릿을 챙겨주기도 하고, 더불어 캔커피와 음료수를 주거나 가다가 바나나와 우유와 커피를 사서 갔다 주는 분도 있고, 과일을 주기도 하고 얼음물을 챙겨주는 분도 있다. 어떤 마을은 정자를 내어줌과 동시에 초복이라고 마을 잔치를 했다며 닭죽을 챙겨주고, 심지어 마을 어르신께서 새벽에 커피를 끓여와 보온통에 넣어 놓고 가시기도 했다. 또 중화요리집에 가서 짬뽕을 시켜서 먹는데 주인이 직접 계산해 주기도 했다.

    매월 한 차례씩 빈 곳을 찾아가서 음악회를 해서 유튜브에 올리는 빈자리음악단 단원들이 내가 여행을 즐기고 있는 현지에 와서 귀한 선물과 함께 위문공연을 아름답게 열어 주기도 했다. 이렇듯 만나는 사람 모두가 응원해 주고 있다. 이처럼 나의 전국일주 도보여행을 대한민국 모두가 응원해 주는 응원군이다. 또 산과 나무와 물과 꽃과 바람과 온 자연과 심지어 하늘과 날씨도 응원해 주고 있다. 그러니 힘든 고행의 여행이 아니라 아름다운 감동이 함께 하는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다. 참 따뜻한 대한민국이다.

    윤재환(의령예술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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