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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마르코스- 양영석(문화체육부 선임기자)

  • 기사입력 : 2022-05-26 20: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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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끝난 필리핀 대선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전 상원의원이 당선됐다. 그는 지난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장기 집권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그의 선친은 정권을 잡은 뒤 7년이 지난 1972년부터 1981년까지 계엄령을 선포해 수천 명의 반대파를 체포해 고문하고 살해하는 등 독재자로서 악명을 떨쳤다.

    ▼부정축재도 일삼았다. 마르코스 대통령 집권 기간 국고에서 빼돌린 재산은 100억달러(12조7000억원)로 추산된다. 그의 아내인 이멜다는 남편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 보석, 명품 옷 등을 마구 사들여 ‘사치의 여왕’으로 불렸다. 뿐만 아니라 메트로 마닐라 주지사, 주택환경부 장관 등 요직을 맡아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마르코스 일가는 1986년 민주화 세력에 의한 ‘피플파워’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시위대가 대통령궁을 습격했을 당시 3000켤레가 넘는 이멜다의 명품 신발 컬렉션이 해외토픽을 장식했다.

    ▼거액을 부정축재한 독재자 가문이 시민들에 의해 쫓겨난 뒤 36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잡게 된 것은 독재를 경험한 적이 없는 젊은 층의 지지에 기인한다. 마르코스의 선친이 권좌에 있던 시절에 태어나지 않았던 젊은 유권자들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적극 소통하면서 암울했던 과거를 미화하는 혹세무민 선거전략이 주효했다.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정의롭고 진취적이어야할 젊은 층이 나라를 망친 독재자의 아들을 선택했다니 아이러니하다.

    ▼국내외 언론은 마르코스의 당선을 ‘독재자 가문의 귀환’이라는 타이틀로 보도하고, 그의 이름 앞에 ‘독재자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민주주의가 성숙 안된 정치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는 비아냥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 이미 10년 전에 닮은꼴을 대통령으로 뽑았으니까.

    양영석(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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