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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3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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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고르디우스의 매듭 - 민창홍

  • 기사입력 : 2022-02-17 08: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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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가 들면서 너그러워진다

    불같은 성냄도 급함도 고집도

    얽히고설킨 매듭 풀리듯이 너그러워진다


    보고도 못 봤다고 억지 부리고

    모르는 일이라고 우기고

    편 가르듯 가짜 뉴스로 말한다면 치매다


    칡과 등나무의 얽힘을 보거든

    개울가에 나와

    물이 흘러가는 것을 보라


    물살은 수많은 돌과 부딪치며

    맑아지고 유순해진다

    어디 막힘이 있는가


    배배 꼬이고 얽힌 것

    칼로 과감하게 잘라

    흐르는 물이 되어 매듭을 풀리라


    불혹에는 그렇다 하더라도

    이순의 나이가 넘어도

    너그럽지 않으면 치매다


    ☞ 코앞에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느라 분주한 나날의 연속입니다. 헝클어진 매듭의 단초를 찾느라 고심하다 보면 ‘삶은 해석’하기 나름이니 뭐든 좋게 생각하라는 말들을 합니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맘대로 되던가요.

    흘러가는 물이 언제부턴가 생(生)으로 읽히는 시인이 개울가에 앉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떠올립니다. 고대 프리기아의 신전에 고르디우스 왕의 전차가 매우 복잡한 매듭에 묶인 채 봉인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신탁에 의하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를 정복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전해졌고 훗날 알렉산더대왕이 단칼에 그 매듭을 끊어버렸다는 설화입니다. 물론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방안이겠지만, 얽히고설킨 삶의 연결고리를 생각하면 결코 간단하게 끝날 해결책은 아닌 듯합니다.

    한편으론 세월이 약인 것도 같습니다. 불혹과 지천명을 지나 이순에 이른 시인이 넌지시 우리에게 ‘너그러움’이란 칼 한 자루 건네주고 있습니다. 복잡다단한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지혜의 칼이기도 합니다. 문제해결에 대한 명쾌한 답안이겠습니다. 천융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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