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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지금은 대차고 올곧은 정치가가 필요한 시대- 신계숙(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 기사입력 : 2021-03-11 20: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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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마다 3월은 봄이 왔다는 설렘에 앞서 일제강점기에서 독립한 날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더욱이 올해는 서울, 부산 등 대도시의 보궐선거를 치러야 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와 정치가의 의미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서울, 부산 등지에서는 당마다 대표적인 주자를 정하고 선거운동에 한창이다. 누군가에게 한 표를 찍어야 하는데 누구를 찍을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였다. 누가 우리를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을까. 누구의 부동산 및 주거정책이 좀 더 명확하고 효율적인가.

    각 후보는 35층 층높이 제한을 완화하겠다, 또는 대대적 재개발과 재건축을 추진하겠다, 신혼부부용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를 짓겠다, 뉴타운 6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 65세 이상 1주택자 종부세를 면제하겠다, 주택청약 세대별 할당제를 실행하겠다라고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부동산 문제는 완전히 해결될 것 같기도 하다.

    선거는 입후보한 사람에게는 될 수 있는 한 각종 방법을 다 동원하더라도 되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드나 보다. 그래서 전직 대통령을 찾아가고 전직 대통령 부인을 찾아가고 서로 간에 나눈 대화가 신문 방송을 통해 보도되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대학 때 배운 맹자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맹자 이루하〉편에 보면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에 부인과 첩을 두고 사는 한 남자가 있었다. 남편이 밖에 나가기만 하면 술과 고기를 아주 많이 대접받고 왔다고 하는 것이었다. 부인이 오늘은 누구랑 만나서 그렇게 드셨어요? 하고 물으니 오늘은 고관대작하고 마셨지 하는 것이다.

    부인이 첩에게 우리 집 남편이 집에서 나가기만 하면 저렇게 고기와 술을 대접받았다고 하면서 매일 술에 취해서 들어오는데 그 정도면 남편을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해준 손님들이 집에도 와야 하는데 집에 찾아오는 손님은 없고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그러니 내가 내일은 남편이 밖에 나가서 누구를 만나서 뭐하고 술을 누구와 마시는지 한번 미행해보겠다고 하고 따라 나가 보았단다.

    남편이 마을을 한 바퀴를 도는 동안 다른 사람을 한 사람도 만나지 않았다. 마침내 동광에 이르렀을 때 한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는데 남편은 그곳에 가서 구걸하면서 남은 음식을 얻어먹고 그곳에서 부족하면 또 다른 곳에서 얻어먹고 있었다.

    그걸 본 부인이 집에 와서 첩에게 하는 말이 우리가 죽을 때까지 우러러보며 살아야 하는 양반이 이러고 있으니 어쩌면 좋으냐며 서로 붙잡고 울 때에 남편은 이런 일도 모르고 또 밖에서 돌아와 잘난 척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진정한 정치가는 초지일관 소신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존경하는 김구 선생님은 그의 한평생을 온전히 조국의 독립과 평화통일을 위해 바쳤다. 동학에 입도하였고 유가 학문을 공부하였으며 의병 활동에도 가담하였다. 옥중에서 새로운 문물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고 승려가 되기도 했다. 고향에서 농장의 관리인 생활을 하며 농민계몽 운동에 헌신하였다.

    3·1운동 이후에는 상하이로 망명하여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참여하였으며 중국에서 항일운동의 최선봉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투쟁하였다. 한평생 민족 자체의 통일독립국가 건설을 주장하였고 민족통일을 위한 노력에 매진하였다.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 중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나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은 원하지 아니 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시장은 있는데 정치가는 없고 국회의원은 많은데 올곧게 철학을 갖고 정치를 하는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 대차고 올곧은 시장을 뽑고 싶다.

    신계숙(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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