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것 - 김우규
- 기사입력 : 2019-11-14 07: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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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솟은 눈 감추지 않고 마주보면 어떨까요
이 악물지 않고 서로 오래 바라보면 어떨까요
아침마다 파랑새 한 쌍 창가에 앉히고
지저귐 들으면 어떨까요
손톱 발톱 깎아내듯 분노 따위는 분리해 내고
햇살처럼 서로의 목소리 어루만지면 어떨까요
눈 내리고 폭풍우 치는 밤이든
어린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청소를 하고
틈틈이 팔 굽혀 펴기도 하며 꿈을 꾸면 어떨까요
삶이란 창을 항상 열어두는 거죠
팔랑팔랑 건너오는 바람을 돛에 옮겨 다는 거죠
그리고 콧구멍에 든 염증은 소금물로
야무지게 매일매일 씻어내는 거죠
☞ 얼마 전 ‘아침을 위한 노래’라는 시집을 출간한 김우규 시인은 시집의 부제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느리지만 묵묵하게 제 갈 길을 가는 ‘어느 날 달팽이의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이다.
그래서인지 시인은 사람과 사람이 오래 마주 바라보고 앉아 기쁨과 슬픔 그리고 분노와 절망들을 서로 다독여 주고 끌어안아도 주며 아침마다 파랑새 한 쌍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정제(精製)된 삶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
그러다 가끔씩 또 삶이 두렵고 녹록하지 않으면 파랗게 자라나는 새싹들을 위해 물을 주고 청소도 하고 콧구멍도 씻어내며 힘을 돋우어 주는 꿈을 꾸기도 한다. 우리에게 ‘어떨까요’ 하는 물음표 하나를 던지며. -강신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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