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2일 (목)
전체메뉴

[르포] 공장 주변환경 열악한 창원 봉암공단을 가다

“녹지공간은 언감생심… 차 댈 곳도 없어요”
근로자 8000명 ‘주차 전쟁’
공영주차장 수용차량 522대뿐

  • 기사입력 : 2017-06-14 22:00:00
  •   

  • “아휴, 언감생심. 말도 마세요. 차 한 대 주차할 곳을 못 찾아 쩔쩔매는데요.”

    ‘여기 말고 숨 돌릴 만한 녹지공간 없느냐’는 물음에 손사래를 친다. 오후 3시 찌는 듯한 더위에 정밀부품 가공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서너 명이 공장 바깥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들이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이래 봐야 손바닥만 한 공장부지 귀퉁이, 좁은 그늘 안이 전부다. 그 속에 삼삼오오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물고 달달한 믹스커피를 털어 넣는다.

    메인이미지
    14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봉암공단 이면도로에서 소형트럭이 마주 오는 차량을 피하기 위해 길을 비켜주고 있다. 봉암공단은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골목마다 교행이 어려운 실정이다./전강용 기자/

    사람뿐이 아니다. 이면도로에 이중 삼중 주차는 당연한 일이고, 철근이나 철판을 실어 날라야 하는 대형 트럭이 진입하려면 차주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차를 이동시키는 거사를 하루에도 수십 번은 치러야 한다. 이런 곳에 감히 녹지공간이라니. 창원 봉암공단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지루한 이야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봉암공단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일대에 1985년부터 조성돼 마산과 창원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해왔다. 현재 62만5158㎡ 면적에 650여개 사업장이 있으며, 근로자 8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등 제조업 비중이 80%에 연간 매출액이 7000억~8000억원 정도로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비중도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공단 내 환경은 그 규모나 기능에 비해 ‘열악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종사자 수 10여명 안팎의 영세기업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보니 ‘콩나물 시루’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업체와 업체가 담 하나 없이 다닥다닥 어깨를 맞댄 채 차량과 뒤섞여 있다. 녹지공간과 편의시설은 전무하고, 주차장과 상하수도 등 제반시설은 아직 1980~90년대 모습을 벗지 못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공단 안으로 한 발짝만 들어가 보면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물론 업체와 근로자들도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공단 내 환경 개선 요구는 옛 마산시에서부터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10여 년도 넘게 지속돼 왔다.

    시·도의원들은 의회에서 이 문제를 심심찮게 다뤘고, 상공회의소는 정치권에 봉암공단 재생사업 추진을 건의했으며, 경제연구단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방안들을 내놓았지만 쉽지 않았다. 봉암공단협의회 측은 “봉암공단의 조성이 자생적이라는 데 그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1970년대 임해공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법정 산업단지가 아닌 일반공업지구에 중소업체들이 하나둘 모여 집적화 되다 보니 국가나 지자체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였기 때문이다.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랜 염원이었던 ‘근로자 복지회관’이 2014년 용역조사를 끝내고 지난달 예산 25억원을 확보하면서 올해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346㎡ 부지에 3층 규모로, 어린이집 등 근로자들을 위한 편의시설로 조성한다는 것이 봉암공단협의회의 계획이다.

    하지만 주차문제나 녹지공간 확보 등은 요원해 보인다. 지난 2009년 마산자유무역지역 1공구 사이의 구거 600m를 활용해 522대 주차가 가능한 봉암공단 2단지 공영주차장을 마련했지만 8000명 근로자들의 자가용과 업체 차량, 수시로 공단을 들고나는 운반차량들을 감당하기에는 태부족. 공영주차장 부근 50여 개 업체들 차량만으로도 아침 일찌감치부터 만원이다.

    박근수 봉암공단협의회장은 “공단 내 부지를 매입해 주차·녹지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협의회나 지자체 모두 평당 500만~600만원을 호가하는 땅값을 감당할 엄두를 못 내는 것이 현실이다”며 “공단 주변부 팔용천에 조립식 주차장을 조성하는 안을 내놓는 등 실현가능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업체 대표는 “환경만 조금씩 개선된다면 봉암공단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며 “새 정부가 중소기업을 살린다는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데, 지역경제의 풀뿌리라 할 수 있는 공단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사실 가장 실질적인 지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유경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