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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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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벚꽃 연가- 김재근(시인)

  • 기사입력 : 2015-04-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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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여러 꽃들 중 벚꽃만큼 화사한 꽃이 있을까. 벚꽃이 만드는 따뜻하고 화사한 그늘. 작은 벚꽃이 모여 만드는 꽃그늘 아래에서는 모두가 착하고 선량하다.

    벚꽃 그늘 아래 작은 돗자리를 펴고 웃음을 나누는 가족과 친구, 연인들…. 소박하고 따뜻한 벚꽃잎의 아름다움이다.

    장미는 붉고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그늘을 만들지 못한다. 벚꽃의 아주 조그만 꽃들이 알알이 뭉쳐져 커다란 하나의 꽃이 될 때 아름다움은 배가 된다.

    벚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벚꽃이 만드는 그늘, 그 그늘은 느리고 화사하다. 그 느린 그늘이 우리를 감쌀 때 우린 달리기를 멈추고 잠시 쉴 수 있다.

    여유와 안식은 평화를 가져온다. 뙤약볕 아래 우리는 늘 바쁘고 치열하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늘 달리고 있는 것이다. 마치 멈추면 쓰러지는 팽이처럼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돌리고 괴롭히며 오늘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없이, 이웃과 같이 살아야지 하면서도 실상은 주위 사람보다 더 나아야 스스로 만족해한다. 스스로의 길보다 다른 사람이 걸어가는 길을 무작정 따라 가고 있는 게 아닌가. 그 길이 벼랑으로 인도하고 있을지라도….

    행복은 언제 찾아올까,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인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 1799~1850)는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며 한 권의 책이다. 용모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벚꽃 만발 아래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과 함께 있을 때의 표정, 이 표정만큼 행복한 얼굴이 있을까? 눈으로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바람을 느낄 때 우리는 저절로 행복한 사람이 된다.

    사월이다. 며칠 뒤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일 년이다. 벚꽃이 만발하게 피어나는데도 아직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고, 위정자들은 사고 원인 조사와 처리에 정치논리로 세월호 유가족과 많은 국민들을 아프게 하고 있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가만히 있어라’, 가만히 있으면 위험한 시대. 가만히 있어도 국가 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맘 편히 살 수 있는 나라, 정의로운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까지 세월호는 원인조차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다. 빈 공약이 아니라 공공의 약속이다. 철저한 조사와 그에 맞는 조치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먼저 간 아이들이 천국의 벚꽃 그늘에서 화사하게 날리는 벚꽃을 보며 웃고 떠들 수 있게.

    자타불이(自他不二), 너와 나는 둘이 아니다.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이웃의 불행에 가슴이 아프듯 이웃의 행복을 기원한다.

    행복은 나눌수록 행복해진다. 벚꽃의 작은 꽃들이 모여 화사한 그늘을 만들어 주듯 이웃과 주위사람에게 작은 관심과 배려만으로도 사회는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이번 주말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연인과 봄바람 부는 벚꽃 그늘 아래에서 ‘사랑해’라고 지금 말하는 건 어떨까. 지금 곁에 있을 때.

    김재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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