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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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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소통과 불통 사이- 하재청(시인·진주제일여고 교사)

  • 기사입력 : 2012-11-3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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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날 인터넷이 진화하면서 그 소통방식도 다양하게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소통의 속도도 엄청나게 빨라졌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일반화되면서 소통은 확장적이고 즉각적이고 실시간으로 속도감 있게 이루어지고 있다. 수많은 소식과 정보, 개인 의견들이 실시간으로 쌍방향 소통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계망을 통해서 확장되고 있다.

    이렇게 소통이 일반화되다 보니 대중의 이미지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조차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계정을 만들어 소통의 대열에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서 볼 때, 우리는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소통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소통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남의 잘못만 단죄하는 분위기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터넷 소통 공간에 들어가 보면 온통 남의 잘못만 난무하고 있다. 소통의 시스템은 쌍방향인데 실제 소통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일방향뿐이다. 도무지 상대방을 인정하는 태도란 찾아보기 힘들다. 공격적인 험한 말들과 비아냥거림으로 넘쳐난다.

    요즘처럼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기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진영논리에 빠져 서로 상대방 때문에 나라가 이 꼴이 되었고 자기 진영만이 다시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강변하는 모습뿐이다. 극단적 부정과 매도가 판을 치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소통의 전제조건인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의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면 그만이다. 자기들은 올바른 시대인식과 방향감각을 지니고 노력하고 있는데 상대방 진영 때문에 나라 경제는 내리막길이고 정치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정말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다른 사람의 생각은 문제가 많고 세상 꼴이 이렇게 험한 것은 모두 다른 사람 때문인가? 우리는 참신하고 새로운데 상대방의 땀과 노력은 그렇게 구역질 날 정도로 더러운가?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그 나름의 시대적 맥락이나 고민은 없는가? 그래서 모조리 청산해야 할 대상인가? 이렇게 모두가 서로 자신이 옳다고 부르짖고 있는데, 소통의 공간에 들어가 보면 세상은 갈수록 어지럽고 도무지 앞날을 예측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소통의 공간에서는 모두가 백로이면서 까마귀이다. 이것이 진정한 소통인가? 역설적으로 소통의 공간에서 소통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그것은 시대적 가치를 자신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바로 아집에서 비롯된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소통의 공간에서 아집과 공격이 판을 치고 있다. 자기만이 바람직한 가치를 점유하고 있다고 믿는 아집에 젖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가치조차도 상대방에 대한 최상의 공격 무기로만 활용되고 있다. 소통의 공간에서 가치는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최상의 무기일 뿐이다. 새 정치, 쇄신, 개혁, 시대정신을 부르짖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가치를 자기들만의 전유물처럼 생각할 뿐, 함께 공유해야 할 가치라는 인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세상에 옳고 그름이 없는 사회가 어디 있으며, 상대방의 잘못만 있는 사회가 어디에 있겠는가. 상대방의 책임이 있다면 나의 책임과 의무도 있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어떤 현상이나 사안에 대해 진영논리에 빠져 남의 책임만 추궁할 수 없는 복잡한 맥락을 가진 다원화사회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소통의 공간에서는 백로와 까마귀 놀음을 집단적으로 벌이고 있다. 자기만이 진정성을 지닌 것은 아니다. 상대의 부당함과 책임의 정도와 공과를 논박하되 자신만이 가치를 모조리 점유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진실은 상대방에게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전제하지 않고 진영논리의 아집에 빠져 공격에만 몰두한다면 소통의 공간에서 불통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다. 상대방의 고민과 현실적 맥락을 진지하게 살펴보는 자세가 없으면 소통의 공간은 불통의 공간이 될 것이다.

    하재청(시인·진주제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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