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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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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독서는 놀이가 되어야 한다- 김문주(아동문학가)

  • 기사입력 : 2012-06-2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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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학교들이 ‘책 읽는 학교’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아이들에게 독서를 권장하고 있다. 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가 권하는 책을 읽어내기도 힘들어 한다.

    책을 많이 읽히기 위해 가정에서는 목돈을 들여 전집을 구비해 놓고 있다. 그리고 각 학교에서는 권장도서 목록을 뽑아주며 독서 교육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 아이들이 권장도서 중 몇 권을 읽었느냐에 따라 독서왕 스티커나 칭찬 스티커를 주기도 한다. 책 읽을 기회를 확대시키고 아이들에게 독서습관을 잡아주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각 학교에서 정한 ‘권장도서 목록’에만 집착하는 독서활동은 문제가 있다. 어떤 학교는 부지런한 선생님이 최근의 잘 팔리는 책 위주로 목록을 정했는가 하면, 어떤 학교의 목록은 오래전의 권장도서 목록으로 새로운 책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세상에는 많은 책들이 있고 대부분의 고전들이 좋은 책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좋은 책들도 많으니 시시때때로 바뀌는 권장도서만이 꼭 권장할 만한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잘 모르는 어른들이 권장도서 목록만 가지고 아이들에게 그 책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성격이나 취미, 관심 등의 개인적 상황에 따라 독서능력이 다르다. 그런데 이런 개인의 독서 능력을 무시하고 어른들이 선정한 권장도서가 아이들의 눈높이를 제대로 맞출 수 있을까.

    얼마 전에 초등 고학년 권장도서 목록에 있는 과학서적을 읽은 적이 있다. 재미가 없는 데다 내용까지 어려워 세 번을 읽고도 왜 이 책을 권장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책을 읽은 아이들의 반응도 나와 같았다.

    책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은 감동과 재미에 있다. 즐거움이 없는 책읽기는 하기 싫은 숙제와 똑같다. 독서를 놀이로 만들고 재미있는 책읽기를 통해 독서 습관을 잡아주어야 한다. 감성 위주의 책읽기를 통해 책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편독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역사를 좋아하는 아이는 역사책을 통해,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는 과학책을 통해 접근해야 독서가 즐겁다. 즐거워야 다독과 깊이 있는 독서가 가능하다.

    책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난 아이라면 가끔 색다른 책을 읽고 다양한 분야를 접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에게, 권장도서 목록에 있으니 이 정도 책은 읽어야 한다는 식으로 강요해서는 올바른 독서습관이 잡히지 않는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재미있는 책을 찾아야 하는데 어른들이 생각하는 좋은 책만 권하면 아이는 책을 더 싫어하게 될 수 있다. 책을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억지로 권하기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많이 읽게 하는 것이 더 좋다.

    독서가 아이들에게 또 다른 공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공부는 어른들도 하기 싫은 것이다. 아이들은 당연히 하기 싫다. 어른들이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다. 공부처럼 하는 독서는 진정성이 결여되어 집중력이나 사고력이 자라지 않는다. 글 읽는 기계일 뿐이다. 독서가 놀이가 되어야 즐겁게 책을 읽게 되고 책의 수준을 스스로 높여갈 수 있다. 호기심이나 관심에 따라 주제와 영역을 자연스럽게 넓혀 가는 것이다. 이러한 독서습관이 생활의 중심이 되면 자연스럽게 공부에도 좋은 결과가 나온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라고 자주 말한다. 사실 읽은 책의 양과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 되느냐 하는 것이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책읽기를 즐기는 것은 가장 훌륭한 취미이며, 그 훌륭한 취미가 나이가 들수록 고매한 인품를 갖게 해 준다는 것이다. 그것이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권하는 것이다.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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