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경남의 길] 창원 주남저수지 탐방길

경남의 길을 걷다 (18) 창원 주남저수지 탐방길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철새의 낙원 속으로
산책로 따라 초록이 수놓은 풍경 이어지고…

  • 기사입력 : 2011-06-02 01:00:00
  •   
  •  
    비 오는 날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저수지를 찾은 탐방객들이 우산을 쓰고 탐방로를 따라 걷고 있다. /김승권기자/

    주남저수지를 찾은 한 남녀가 낙조대에서 탐조대 구간의 신록이 우거진 제방을 따라 걷고 있다.



    질문 하나.

    서울역 지하도를 걸어가 본다. 역사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에 오르기 직전 오른편 벽면을 보라. 생태도시 창원을 알리는 전광판이 자리 잡고 있다. 가운데에는 누비자를 탄 어린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고, 아이들 뒤로는 초록빛 호수가 보인다. 그곳이 어딘지 아시는지.

    질문 둘.

    TV를 틀어 본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철새들의 이동을 다룬 다큐를 방영한다. 2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떼지어 날아가는 광활한 장면을 보라. 시베리아도 아니고 유럽도 아닌 대한민국에 자리한 어떤 습지의 광경이라는데. 그곳은 어딘지 아시는지.

    그렇다. 정답은 창원 주남저수지다.

    2008년 람사르 총회가 창원에서 열리면서 일약 세계적 철새 도래지의 스타덤에 오른 호수. 얼마 전 통합 창원시 관광자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그 명성은 더욱 빛을 발했다.

    경칩이 지난 후 재두루미, 큰고니 등 겨울철새가 떠나고 중대백로, 제비, 도요새 등 여름철새가 찾아온 철새들의 낙원 주남저수지를 가봤다.

    전날부터 어둡던 하늘은 오후에 비를 조금 뿌리기도 했지만 흐린 날의 주남은 맑은 날과는 또 다른 매력을 한껏 내뿜고 있었다.




    ☞ 인공과 자연이 함께 만든 습지

    남녘의 너른 대산 벌판 끝에 자리한 이 호수는 모호하고 고즈넉한 신비감을 준다. 특히 해가 나오기 전 안개가 피어오른 새벽 광경이 일품이다. 신비로운 자연을 품은 고요함이 시선을 압도한다.

    얼핏 우포늪과 비슷하게도 보이지만 길이 4㎞, 폭 2㎞가 넘는 거대함은 늪이 가진 아기자기함과 함께 넉넉함도 내포하고 있다.

    저수지의 서쪽은 백월산과 구룡산 줄기가 길게 뻗어 있고, 동쪽은 모내기철이 가까워 물을 댄 평야가 펼쳐져 강한 대비를 이룬다.

    사실 주남저수지는 주남과 산남, 동판 세 저수지를 통칭한다. 이 중 주남저수지가 285만㎡로 가장 넓다. 과거 저수지 일대는 낙동강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배후습지로 전체가 갈대로 덮인 ‘갈대의 나라’라 불렸다. 하지만 1920년대부터 일대에 농경지가 들어섰고, 농수공급과 홍수조절 기능을 목적으로 높이 5m, 길이 9㎞에 이르는 인공제방을 쌓아 지금의 저수지가 만들어졌다.

    ☞ 주남저수지 가까이로

    자가용으로 올 때는 동창원 IC에 진입해 창원방면 국도 14호선을 이용한다. 동읍 용잠 삼거리가 나오면 우회전해 직진한다.

    10여 분 정도 직진하면 주남저수지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나오고 람사르 총회를 기념하는 석조물도 있어 진입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월마을이 자리 잡은 삼거리를 지나면 왼편으로 다육식물을 파는 비닐하우스, 커피전문점, 오리고기집이 보이고 오른편으로 동판저수지가 펼쳐져 있다. 곧 주남저수지로 들어가는 좌회전 표지가 나온다. 마산 방면에서 올 때는 시내버스 40·41·42번을, 창원 방면은 30·31·32번을 이용해 주남저수지 가월삼거리 입구에서 하차한다.

    창원역 앞에서 1·2·3번 마을버스를 탈 수도 있다. 소답동을 경유해 용강검문소, 동읍사무소를 지나 주남저수지 입구에 정차한다. 10~15분 간격.


    창원 향토자료전시관 ‘그때그시절에’.
    탐방객들이 람사르문화관 2층에서 망원경으로 철새를 탐조하고 있다.


    ☞ 람사르문화관·생태학습관

    가월 삼거리를 지나 주남입구로 들어오면 곧바로 람사르문화관과 생태학습관이 나란히 보인다. 람사르문화관은 제10차 람사르총회 창원 개최를 기념해 만든 기념관으로 람사르 협약과 세계 습지에 대한 자료들이 있으며 전망대도 갖추고 있다.

    60m를 더 걸으면 나오는 생태학습관에서는 주남저수지에 사는 다양한 동식물과 만날 수 있다. 도서관과 정보이용 코너, 매점도 갖추고 있다.



    탐방객들이 주남저수지 입구에 나무로 만든 탐방로를 걷고 있다. 오른쪽으로 주남저수지가 보인다.


    ☞ 탐방로(둑)

    들판 쪽으로 쌓은 제방은 철새와 풍경을 함께 볼 수 있는 멋진 산책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걷기 코스가 시작된다.

    창원시에서는 생태탐방코스(0.8㎞·7㎞), 문화탐방코스(4.5㎞), 문화탐방코스(9㎞)로 나누어 걷기·자전거 타기·마라톤을 하기 좋은 경로를 추천하고 있다.

    이 중 생태탐방코스(7㎞)를 기준으로 삼아 탐조대와 낙조대를 거쳐 주남돌다리에 들렀다가 용산배수장에서 유턴해 돌아오는 코스를 짜 걸어보았다. 약 6.5㎞ 거리에, 2시간가량 걸린다.

    람사르문화관 앞에 설치된 나무계단을 올라 둑 위에 서면 아래쪽 도로보다 훨씬 시원한 바람이 분다. 저수지에 가득 찬 버드나무와 수생식물이 내뿜는 완연한 초록빛이 눈부시다.

    길가에는 각종 철새들을 소개한 목조간판이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 어린이들이 생태학습을 하는 데 좋다.

    수련과 노랑어리연 등 다양한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주남저수지 생태연못.


    ☞ 연꽃단지

    둑을 따라 걸으면 오른편으로 넓은 논과 함께 연꽃밭이 보인다. 6월 말~9월 무렵 다양한 연꽃이 가득히 핀 장관을 볼 수 있다.

    연꽃단지와 도로 사이에는 조롱박이나 수세미 같은 식물이 넝쿨을 이루도록 조성해 이용객들이 앉아 쉴 수 있는 그늘과 쉼터를 마련해 두었다.

    ☞탐조대

    생태학습관에서 출발해 약 600m 정도를 걸으면 탐조대가 나온다. 탐조대 2층으로 올라가 망원경으로 주남저수지의 속살을 들여다보자.

    주남저수지는 워낙 넓어 철새를 육안으로 관찰하기 어렵다. 철새가 많을 때는 탐방로 옆으로 드넓은 주남 저수지에서 노니는 오리류의 철새와 하늘을 비상하는 다양한 철새를 볼 수 있다.

    지금은 겨울철새가 떠나고 저수지 주변 논에서 여름철새인 황로·백로·왜가리가 눈에 띈다.

    ☞ 낙조대

    탐조대에서 탐방로를 따라 900m를 더 가면 낙조대가 기다린다. 왼쪽으로 급커브를 이루는 길을 따라 가면 만나게 되는 낙조대는 주남 저수지의 황홀한 노을을 만끽하기에 가장 좋은 포인트다. 이글거리며 타는 노을이 저수지의 잔잔한 물결과 이루는 장관은 직접 보지 않고는 그 아름다움을 전달할 길이 없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로 속이 상할 때는 석양 무렵에 맞춰 낙조대에 다녀가기를 추천한다.

    이곳을 기점으로 동읍이 끝나고 대산면이 시작된다. 앞으로 주남 제3 배수장이 보이고, 길 아래에는 동읍과 대산면의 경계를 가르는 주천강(注川江)이 흐른다. 이곳에서는 어김없이 이른 새벽부터 물고기를 기다리는 강태공들을 만나게 된다.

    낙조대에서 주남배수장 쪽으로 가면 만나는 주남돌다리.


    ☞ 주남돌다리

    낙조대에서 900m 거리에 주남돌다리가 놓여 있다. 낙조대에서 직진하지 말고, 오른쪽의 주남배수장쪽 길을 걸어 간다.

    주남 수문을 빠져나온 주남저수지의 물이 주천강으로 흘러드는데, 주천강 양 옆의 판신마을과 고등포마을을 이어주는 다리가 주남돌다리다. 그 모양은 아담한 아치형으로 건립 시기와 그 이유가 확실치 않다. 다만 800년 전쯤에 이곳 주민들이 정병산 봉우리로부터 4m가 넘는 자웅석(雌雄石)을 옮겨 만들었다는 설이 전한다. 1967년에 큰 비로 붕괴된 것을 1996년에 복원했다.

    ☞ 용산배수장 쪽으로

    돌다리를 건너 보았다면 다시 저수지 쪽으로 돌아나온다. 낙조대에 다다르면 저수지를 따라 둑길을 다시 걷는다. 여기서부터 둑 끝까지 걸으면 용산배수장이 나온다. 30분쯤 걸린다. 중간에 일정한 간격으로 발코니식의 데크가 3개 설치돼 있다. 거기에 서서 저수지를 관망해 보길. 주남의 거대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낙조대로부터 50m쯤 걸으면 비포장 길이다. 가을이면 둑 위에 코스모스가 줄지어 피어 장관을 이룬다. 대부분 탐방객들이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돌아가지만 비포장도로를 걸으며 담소를 나누고 둑 아래 넓은 들녘과 잘 정리된 농로를 굽어보는 것도 좋은 산책이 된다.


    주나미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 알고 가면 기쁨 두 배

    1.람사르문화관 앞에 저수지 안쪽으로 200m 길이의 탐조데크가 설치돼 있다. 철새 보호를 위해 4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개방되는데,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만 이용 가능하므로 조금 서둘러 가는 것이 좋다.

    2.주말에는 연꽃단지 옆에서 당나귀를 타볼 수 있다. 당나귀가 끄는 예쁜 마차를 1인당 5000원에 10여 분간 타볼 수 있는 체험장을 마련해 두었다.

    3.주남저수지는 자전거 타기에도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1·2인용 자전거가 스무 대 정도 마련되어 있다. 생태학습관에 신분증을 맡기면 대여할 수 있다. 4.걷기 마니아들은 비 오는 날의 물안개 핀 주남이 더 운치가 있다 하니, 여름날 우산을 쓰고 빗길을 걸어 보기를 추천한다.

    글= 김유경기자 bora@knnews.co.kr

    사진= 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유경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